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민의 농업소득은 1천26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2018년 1천292만 원과 비교해 266만 원(20.6%) 감소한 수치였다. 농업경영비가 5.9% 늘었고, 농업총수입이 3.7%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9년 농업총수입은 3천444만 원을 기록했고, 농업경영비는 2천418만 원으로 나타났다.

농업소득과 농업외소득, 이전소득, 비경상소득을 합한 농가소득도 2018년 대비 2.1% 감소했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4천118만 원으로 전년보다 88만4천 원 줄었다. 반면 가계지출은 3천534만 원으로 4.5% 증가했으며, 농가 부채 또한 3천572만 원으로 7.4% 증가했다.

농가소득은 줄고 부채는 증가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때문에 농업인들은 농업인 기본소득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농사지어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 농업인들을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 원주시농민회 등이 참여하는 강원도농업인단체총연합회도 도내 시장·군수에게 연내 농어업인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는 내달 회의를 열어 농어업인 기본수당 지급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초 발주한 농어업인수당 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급 규모와 대상, 시기 등을 협의하기로 한 것. 그러나 각 시·군의 예산 상황을 봤을 때 올해 지급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 농업인 기본소득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여당과 야당 모두 농민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해 입법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첫 테이프는 미래통합당에서 끊었다. 미래통합당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지난 1일 농업인 기초연금제 내용을 담은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농업경영체 등록 농가에게 매월 10만 원씩 지역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전북 정읍고창)도 지난 4일 농어업인 공익수당지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농업경영체 경영주와 종사자에게 연 120만 원 이상의 공익수당을 현금 등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용은 국가가 50~90%를, 지자체가 나머지를 분담하도록 했다. 단 공익수당 수령자는 생태계 보전, 영농폐기물 처리 등의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겨있다.

이와는 별개로 시민단체에서도 기본수당 입법화를 시도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 제도화를 추진하는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21대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정의당 등과 정책협약을 체결했고, 이를 토대로 올 하반기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처럼 농민기본수당에 대한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자 지역 농업인단체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강원도와 논의했던 농가당 연 70만 원 지급보다 진일보한 개념이기 때문. 관내 한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농민기본수당은 농업인의 공익적 가치를 법으로 명시하고 산업화의 희생양으로 전락된 농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수단"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하반기 내로 기본수당 법제화를 완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 논란이 우려된다는 점과 정부와 지자체의 재원 마련이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는 올 하반기부터 농어업인수당 지급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원주를 비롯한 시·군 지자체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원주시는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해 애초보다 세출이 커진 상태여서 연내 농어업인수당 지급은 힘들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