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원 일산동양복집 대표.

정장 구입이 버거운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벌에 50여만 원 하는 수제 양복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는 것. 코로나19 사태로 본인도 힘들지만 더 어려운 청년구직자를 위해 선행을 베풀고 있다.

'일산동양복집' 장재원(33) 대표는 작년 7월 일산동행정복지센터 옆에 맞춤양복점을 개업했다. 강남 등에서 수년간 익힌 양복기술로 조그마한 업장을 차린 것. 모든 과정을 그 혼자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양복 만드는 일에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사업 초기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손님이 급감하기 시작한 것. 신규채용을 줄이고, 결혼식도 줄줄이 취소해 양복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이 때문에 최근 두 달은 개업 후 최대 적자를 봤다.

그런 와중 다급한 전화가 그의 양복집으로 걸려왔다. 20대 청년이 어렵사리 면접기회를 따냈는데 정장을 구할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는 것. 애타는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어서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 주었다. 장 대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한 벌에 40만~50만 원 하는 정장을 구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저도 취업준비생 때 어려운 상황이 많아 사정에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청년은 지인들에게 자신이 받은 고마움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청년과 같은 처지에 처한 구직자,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렇게 올해만 10여 명에게 수제 양복과 구두, 벨트 등을 무료로 대여해 주었다. 장재원 대표는 "서울을 포함한 주요 대도시에서는 면접 정장을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도내에서는 이를 서비스하는 곳이 없어 청년들의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올가을 수제 양복 대여점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그는 구도심 리모델링에도 관심이 많다. 새로운 상점을 많이 입점시키는 대신, 기존 상점을 특색있게 꾸며 손님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게 목표다. 최근 일산동에도 세탁소를 커피숍으로 리모델링하거나, 방앗간을 파스타집으로 개조해 인기를 끄는 점포들이 생겨나고 있다. 장 대표 또한, 조만간 가게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그는 "동네 사장님들하고 논의해 원주의 경리단길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며 "예비청년창업자들이 일산동에 들어와 임대료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