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거리사랑촌은 지적 및 자폐성 장애를 가진 성인 30명이 모여 사는 장애인거주시설입니다. 우리는 거주 장애인을 입주자라고 부릅니다.

 거주시설에서의 사회복지는 사람을 사람답게,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게 돕는 것입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이용자, 거주인이라고 하지 않듯이 이곳 역시 비록 시설에서 살고 있지만, 시설 장애인으로서 살아가지 않길 바라며 호칭을 정했습니다. 방 이름도 아파트 혹은 빌라처럼 '몇 호, 201호'라고 부릅니다. 갈거리사랑촌에서는 입주자의 자립을 위해, 보통의 삶을 위해 '용어'를 먼저 바꾸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회의가 자주 열립니다. 입주자가 스스로 진행하는 자치회도 만들고, 입주자 스스로 대표와 임원을 선출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뭐 사고 싶어요. 사주세요"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식단, 식사시간 변경 등 기관에 대한 요구사항과 이번 코로나 19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하여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집니다.

 내 삶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음을 인지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요구를 당당히 말하는 입주자를 보며 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 직원들도 생각하게 됩니다.

 갈거리사랑촌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입주자는 자유롭게 외출도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겁도 나고,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아닌 우리가 더 많이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위험함에 대처하는 방법을 경험을 통해 습득하며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설에 산다는 이유로 입주자분들이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기보다는 애초에 위험에 처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외출이 자연스럽게 허용되자 외출을 나가고 싶은 다른 입주자가 숫자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렇게 학습을 시작하신 입주자가 여러분 계십니다. 

 이런 변화들이 모여 2018년 11월. 원주자립생활센터와 연계하여 자립의 욕구가 있는 장애인 3명의 보금자리를 만들었습니다. 3명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일정한 규칙을 정하고, 취미생활, 운동 등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자신들의 집에 본인이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도 초대하여 음식도 나눕니다. 자신의 집에 손님이 오고, 자신이 손님을 대접한다는 것이 설레는지 번거로운 준비과정도 기꺼이 감수하며, 오히려 즐거워합니다. 우리들 사는 모습과 똑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입주자에게 가장 먼저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였습니다. 이렇게 입주자의 자립을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장애인 거주 시설에 대한 편견이 많습니다. 거주 시설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감합니다. 거주시설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금전을 착복하는 등이 알려지면서 장애인 거주시설을 바라보는 좋지 않은 시각이 늘었는데 이는 일부일 뿐, 거주시설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사건들을 통해서 장애인복지정책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장애인 당사자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탈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성급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장애인 당사자도, 가족도 심지어 지역사회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장애인의 이사준비는 신경 쓸 게 더 많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 입주자들에게 자립 주택에서 일정 기간 살아볼 것을 권하면, 시설을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을 내비칩니다.

 가족들 역시 혹시나 자신들이 책임을 나눠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이들을 험난한 세상에 내보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직접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안되면 또 다시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를 수십 번, 아니 수백번 반복해야 자립이 진정한 의미, '자립(自立)'이 될 수 있습니다.

이은주 갈거리사랑촌 과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