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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폐지 주워도 자장면도 못 먹어"

폐지 ㎏당 30원으로 하락…100㎏ 모아도 3천 원 박수희 기자l승인2020.06.08l수정2020.06.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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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씨는 매일 12시간 넘게 100㎏ 이상의 폐지를 줍지만 수입은 3천 원 남짓이다.

폐지값이 1㎏ 당 30원까지 폭락하면서 폐지 줍기로 생계를 이어온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 무거운 수레를 끌고 하루 종일 100㎏의 폐지를 수거해도 손에 쥐는 돈은 3천 원 남짓. 자장면 한 그릇조차 사먹기 어려운 금액이지만 이마저도 손에 쥐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호소한다.

지난 2018년 중국이 폐지 수입을 금지한 후 1㎏당 130~150원이었던 폐지값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후 계속 가격이 하락하면서 올해 30원까지 폭락하자 폐지줍기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이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0년 째 폐지를 줍고 있는 이재호(62) 씨 역시 요즘 벌이가 시원찮다. 정신지체 장애와 전신마비 등의 병환을 가진 아내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고 본인 역시 시각 장애 5급을 받은 그는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폐지 줍기를 시작한 이래 폐지가격이 가장 폭락하면서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해도 예전만큼 벌지 못하게 됐다.

이 씨의 일과는 새벽 일찍부터 시작된다. 오전6시 전에 간단한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수레 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폐지나 재활용품 등이 있는지 살핀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수레를 챙겨 눈여겨 봐둔 장소를 돌아다닌다. 늑장을 부리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일과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전날 오후부터 당일 오전까지 주운 폐지가 수레를 가득 채울 때 쯤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명륜2동에 거주하는 그는 점심 때쯤 중앙동 문화의 거리에 도착한다. 근처에 수레를 세워두고 걸어서 십시일반으로 향해 점심을 해결한다. 하루 중 그가 유일하게 제대로 갖춰 먹는 한 끼다. 이마저도 때를 놓치면 빵으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고물상으로 향한다. 

그가 하루 동안 모은 폐지를 수레와 함께 통째로 무게에 달면 평균 150㎏이 나간다. 수레무게 50㎏를 빼면 100㎏의 폐지를 주운 셈이다. 하루종일 100㎏가 넘는 수레를 끌고 다녀도 그가 버는 수입은 3천 원을 겨우 웃돈다. 매일 생기는 수입을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에 저축하는데 요즘은 한 달 꼬박 저축해도 10만 원을 채우기가 빠듯하다. 그는 그렇게 텅 비었던 수레를 다시 채우며 오후8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들어선다.  

▲ 폐지 줍기 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빈병과 캔, 구리선 등 돈이 될만한 것들은 모두 줍는다. 이 씨가 주워 온 전선에서 구리선을 분리하고 있다.

이 씨는 "폐지 줍기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빈병과 캔, 구리선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줍는다"며 "하지만 다른 재활용품들도 폐지값 폭락과 함께 가격이 크게 떨어져 예전만큼의 벌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집은 온갖 재활용품들이 종류별로 나눠져 자루에 담겨 있었다. 전선이나 선풍기,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은 일일이 분리해서 팔아야하기 때문에 12시간 넘에 일하고 귀가해도 늦은 밤까지 분리작업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폐지값이 폭락하자 폐지를 줍는 사람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취약계층은 물론, 노인들까지 용돈벌이 삼아 폐지 줍기에 나섰는데 가격이 대폭 떨어지면서 이 씨처럼 유일한 수입원으로 삼는 사람들만 계속하고 있다.

이 씨는 "하루 18시간 가까이 폐지를 줍지만 오 천 원도 안되는 돈을 손에 쥘 때마다 허무하다"며 "그래도 할 줄 아는 게 이것 뿐이라 폐지 줍기를 멈출 순 없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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