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자동차부품 업체가 원주에 21개사에 달한다. 이들은 정부에 1천여 명 규모의 지원금을 신청했다. 사진은 완성차 업체 자동차부품 조립 공정 모습. (자료이미지)

완성차 1차 협력사도 고난 행렬…만도 원주공장 90여 명 희망퇴직

고용유지 지원 10월부터 종료…산업 종사자 3천 명 해고 위기

완성차 부진, 차부품산업 위기로…
자동차 부품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수출 감소, 부품수급 차질 등으로 완성차 업체의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 공장가동률 하락에 따른 대규모 정리해고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자동차부품산업협회는 국내 완성차 업체 공장가동률이 60% 선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3월 18일 1차 조사와 3월 31일 2차 조사 때는 80% 이상을 유지했는데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20%P가량 떨어졌다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더 심각한 모습이다. 만도 등 1차 협력업체는 60%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2차 협력업체는 30%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매출액도 1차 협력업체는 25~50%, 2차 협력업체는 60%까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부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조사에 임한 24개 자동차부품사 중 12개 회사가 현재 휴무 중이거나 완성차 업체 휴무 일정에 따라 추가 휴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노사협업 지원 등을 통해 고용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매출 손실로 인한 자동차부품 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자동차부품 업체가 원주에 21개사에 달한다. 이들은 정부에 1천여 명 규모의 지원금을 신청했다. 사진은 완성차 업체 자동차부품 조립 공정 모습. (자료이미지)

21개사, 1천100여 명 고용유지 신청
원주 자동차부품 업계 또한 위기의 정중앙에 놓여있다. 공장 가동은 멈췄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은 발생하고 있기 때문.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통해 당장의 어려움은 면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마저도 답이 없어 보인다.

고용노동부 고용유지지원금은 다음의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받을 수 있다.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이 15% 감소하거나 ▷직전 3개월 평균 매출액이 기준월 대비 15% 감소한 경우 ▷2019년 월평균 매출 대비 15% 감소한 경우면 해당된다.

그런데 원주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지난 1~3월간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완성차 업체가 부분 셧다운을 감행하긴 했지만, 매출 감소가 일어날 정도로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았던 것.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4월부터 경영 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달엔 대다수 업체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원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 정호군 팀장은 "원주·횡성 지역 자동차부품사는 30여 개 업체 정도"라며 "이 중 21개사 1천50여 명의 근로자가 일부 휴업 또는 휴직에 돌입해 사측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만도 원주공장, 만앤휴멜코리아, 오토리브 원주공장.

원주 업체 상당수 정부 지원 절실
원주 자동차부품 업계는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사 3곳과 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다수의 2·3차 협력사로 구성되어 있다. 1차 협력사는 만도, 만앤휴멜코리아, 오토리브 등이며 2차 협력사는 KAC, 보림, 일륭기공 등 30여 개 업체이다. 

원주시노사민정협의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인 만도 원주공장은 지난 4월 90여 명이 희망퇴직했다. 지난달 11일부터 말일까지는 생산직 전체인원의 1/3만 근무하는 부분 휴업을 진행했다. 오토리브 원주공장 또한 만도 못지않게 사정이 어렵다.

오토리브 원주공장의 주 생산품은 안전벨트. 본사 격인 화성공장에서는 에어백을 생산하고 있다. 원주공장은 안전벨트 수주량이 급감해 근로자 휴무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화성공장은 에어백 주문이 건재해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어려운 상태다.

2차 협력사들은 사정이 더 안 좋다. 만도에 부품을 납품하는 KAC는 지난달 200여 명, 일륭기공은 150명, 보림은 60여 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이 외에도 2·3차 협력사 20개 업체까지 포함하면 1천여 명이 퇴직 위기에 몰려있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정호군 팀장은 "어떤 기업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50% 이상 하락했다"며 "경영이 건실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4월부터 6월까지는 기업이 고용유지에 지출한 금액의 90%를 정부가 보전해 준다. 나머지 10%도 노사협력지원 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용유지 지원이나 노사협력 지원이 끝나는 10월엔 대량해고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내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자동차부품업계 생태계가 붕괴하면 원주에서만 3천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이를 피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거 실직이 발생할 수 있는 자동차부품업체를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