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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된 문자 '예술이 되다'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 김민호 기자l승인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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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의(孝義)’, ‘치충(恥忠)’이 새겨진 19세기 민간 문자도와 목판. 서울 북촌 가회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효제도의 원판이다.

개관 17주년 특별전, 한·중·일·베트남 등 70여 점 전시
'문병(門屛) 구룡(龜龍) 목판화' 등 4종 처음으로 공개

▲ 특별전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문병(門屛) 구룡(龜龍) 목판화. 19세기 정축년에 제작했다는 기록이 뒷면에 남아 있다.

'문자도(文字圖)'는 글자를 뜻에 부합하는 그림으로 채워 넣거나 글자를 활용해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한다. 글자 뜻을 그림으로 손쉽게 전달하면서 장식적 기능을 발휘한다. 예로부터 잡귀를 막기 위해 문에 붙이거나 밖에서 집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 가리개용으로 제작했다.

특히 민간에서는 용(龍), 호(虎), 구(龜) 등 수호적 상징이나 부귀(富貴), 수복강녕(壽福康寧) 등 주로 소망을 담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육필 문자도가 전해지지만 판화는 찾아보기 드물다. 특히 판화 문자도를 찍었던 원판은 희귀하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개관 17주년을 기념해 30일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 특별전의 막을 올렸다. 문자로 그린 그림, 그림을 담은 글자를 판화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4개국의 문자도 판화와 문자도를 찍었던 판목 등 70여 점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는 원판을 포함해 최근 발굴된 희귀 문자도 4종이 처음으로 공개돼 주목된다. '문병(門屛) 구룡(龜龍) 목판화', 서울 북촌 가희박물관에 소장된 효제도(孝悌圖) 가운데 '효의(孝義)'와 '치충(恥忠)' 목판, 복수도 문자도 판목이다. 일본 '나무아미타불' 문자도 채색판화도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문병(門屛) 구룡(龜龍) 목판화'는 뒷면에 남아있는 기록으로 19세기 정축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선학 관장은 "문병(門屛)이란 밖에서 집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거는 대문 가림막인데, 걸개 형태까지 온전히 보존된 사례는 찾아보기 드물다"고 소개했다.

가회박물관 효제도 중 '효의(孝義)'와 '치충(恥忠)' 목판은 한 관장이 올해 인사동에서 구입한 작품이다. 한 관장 스스로 "30여 년 고판화 수집 역사 중에서도 보기 드문  행운"이라고 밝힐 만큼 희소가치가 높다. 복수도 문자도 판목의 경우 판화가 아닌 목판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장을 채운 20여 점의 우리나라 문자도는 유교의 도리를 담은 효제도(孝悌圖)가 주를 이룬다. 한 관장은 "설악산 신흥사의 문자도 목판화 병풍을 보면 '의(義)' 자 안에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 담겨 있다"며 "궁중, 사찰, 민간 등 각기 다른 곳에서 사용한 판목과 문자도를 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중국 작품은 쑤저우(蘇州)에서 제작된 '수(壽)' 자 목판화 문자도를 비롯해 화조(花鳥)와 글자를 조합한 대련(大連) 판목과 흑백 문자도 판화 등이 전시된다. 글자로 공산당 모자를 쓴 노인을 형상화한 1950년대 목판과 문자도에 관한 해설을 담은 청나라 후기의 산둥 지방 문자도도 눈길을 끈다.

일본 문자도는 대부분 불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나무아미타불' 글자 안에 무량수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은 18세기 채색 문자도, 문자와 그림을 결합해 나무아미타불과 밀교 팔대 명왕 중 하나인 부동명왕을 표현한 이색적인 문자도 등이 전시된다.

이밖에도 지금도 연초가 되면 집마다 붙인다는 '복만당(福滿堂)'과 '적선당(積善堂)', '수복(壽福)' 문자 목판화 등 베트남 문자도도 만날 수 있다.

한 관장은 "개관 후 17년 동안 40여 차례 고판화 특별전이 열릴 수 있는 것은 문화재청과 강원도, 원주시 후원에 힘입어 이루어진 성과로 민과 관의 협력에 의해 고판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아가는 사례"라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동아시아인들의 생활예술 세계를 이해하고, 조형성과 디자인이 뛰어난 문자도의 창의성을 현대 생활예술에도 접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특별전은 2020년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생생문화재사업으로 마련됐다. 문화재청, 강원도, 원주시가 후원하며 7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761-7885(고판화박물관)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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