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원주 15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소규모학교 3곳이 등교개학을 시작했다. 올해 처음 담임교사를 만난 학생들은 다소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80일 만에 시작하게 된 학교생활이 즐거운 듯 들뜬 모습이었다. 

각 학교에서는 등교 전 미리 세운 대책에 따라 발열검사, 학생이동 동선 및 급식소 이용 등을 안내하면서 실제 현장에서의 문제점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운영 대책을 고심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도내 등교 학생은 170개교 1만4천354명이었으며 의심 증상으로 자가진단을 통해 등교 중지가 결정된 학생은 43명, 등교 후 귀가조차 학생은 32명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선별진료소에서 진단진료 및 검사를 받았다. 지역별 상세 인원은 불안감 조성 및 민원 등을 고려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긴장과 들뜬 분위기 속 등교

▲ 지난 20일 전국 고3 학생들이 등교 개학을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원주여고. 현관에서 학생들의 발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주여자고등학교(교장: 안재은)는 지난 20일 상기된 분위기속에서 고3 학생 300여 명을 맞이했다. 학생들은 학교 권고에 따라 오전7시50분부터 8시20분 사이 정문을 통과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교한 학생들은 정문을 통과해 중앙 현관으로 들어서기 전 발열체크를 위해 1m 간격으로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학교는 중앙 현관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출입구는 모두 봉쇄했다.

발열체크는 열화상 카메라 1대와 비대면 온도계 2대로 진행했으며 등교지도 교사들은 학생들이 간격을 유지하며 줄 서서 기다릴 수 있도록 안내했다. 반가움에 여럿이 모여 떠들거나 접촉하며 인사를 나누는 일부 학생들에게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안전수칙을 수차례 고지했다.

이날 원여고 고3 학생 중 자가진단체크 3명, 등교 후 귀가조치 3명 등 학생 5명과 교사 1명이 발열 및 기침 증세로 등교 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들은 모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교탁과 2m 간격·6인 식탁에 2명 식사

▲ 원주여고는 비말이 튀지 않도록 교탁과 학생 책상 간 거리를 2m 띄우고 수업한다.

1교시가 시작되는 교실은 평소와 다른 풍경이었다. 올해 처음 만난 담임교사와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비말이 튀지 않도록 교탁과 2m 간격을 유지하며 첫 인사를 나눴다. 책상은 1인 씩 떨어져 배치했으나 공간이 협소해 다소 밀집된 모습이었다. 

원주여고 역시 서울 일부 학교들처럼 한 반을 두 개 교실에 분산배치 해 한 곳에서는 교사와 대면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교실은 모니터로 수업을 청취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학생들의 공평한 수업권과 교육 효율성을 고려해 한 반 수업을 결정했다.

담임교사는 수업시작 전 학생들에게 면마스크와 소독용 물티슈를 배부해 철저한 위생관리를 당부했다. 화장실은 쉬는 시간 학생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수업 시간 중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복도에서는 일방통행 하도록 동선을 제한했다.

차유진(3년) 양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반갑고 학교 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좋다"며 "등교을 앞두고 불안하긴 했지만 학교에서 철저하게 방역하고 친구들도 감염 수칙을 따르는 모습에 안심된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일은 각 반 보건도우미 학생들이 맡았다. 원주여고는 간호 및 의료 계통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 희망자를 모집해 보건도우미 학생을 선발했다. 이들은 학급 환기 및 마스크·손소독제 등이 담긴 물품함을 관리하고 의심 증상 학생 발생 시 알리는 등 담임교사의 감염예방 조치를 돕는다. 보건도우미 학생들은 등교 전 보건교사를 통해 동영상 및 매뉴얼을 활용한 교육을 받았으며, 참여 학생들에게는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 준다. 

4교시 후 점심시간은 10개 학급이 4·4·3개 반씩 3개 조로 나눠서 이용했다. 급식소 이동 전 담임교사는 한 번 더 발열체크를 실시하고, 한 반씩 계단을 통해 이동한다. 급식소는 입구와 출구를 구별해 혼잡을 최소화 했으며, 급식 시에는 6인 식탁 한 쪽 방향에 가운데 자리를 띄고 2명이 앉을 수 있도록 배치했다. 

추후 1·2학년이 등교를 시작하면 점심시간을 80분으로 늘리고 급식소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아크릴 판을 설치해 식탁에 4명의 학생들이 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빠듯한 1학기 학사일정 부담
오랜 만에 시작한 학교생활이 반가운 것도 잠시, 학생들은 당장 학사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고3 학생들은 개학 다음날인 지난 21일 첫 수능 모의고사를 치렀으며, 1학기동안 중간·기말을 비롯한 수차례 시험을 더 치러야 한다. 원주여고는 6월 8일부터 12일까지 중간고사,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기말고사가 치러진다.  하지만 6월 3일 등교 예정인 1학년 학생들은 등교 후 다음주부터 바로 시험을 보는 일정이어서 1학년 학생들은 한 주 미뤄서 중간고사를 치러야 할 정도로 일정이 빠듯하다.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은 더욱 막막하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곽예린(3년) 양은 등교가 계속 연기되면서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곽 양은 "등교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끝내고 대면 수업을 할 수 있어서 좋지만 중간·기말 고사를 준비하는데 여유롭지 못해 부담이다"며 "생기부 역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관리해야 하지만 지금은 봉사활동이나 외부 다른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원주여고 육성 종목인 테니스·양궁·역도 종목의 체육특기생도 개학과 동시에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각종 체육대회가 무산 또는 연기되면서 대회 참가 성적으로 체대 입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교사 인력 부족
등교개학을 위해 미리 운영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실전에서는 사전 계획처럼 운영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감염 예방 수칙 지키기가 다소 미흡했다. 학생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거리두기 없이 접촉했으며, 답답함에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쉬는 시간 복도로 모여드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안재은 교장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안전 감염 대책을 교육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다소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예방 수칙을 생활화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등교개학이 시작되면서 교사들의 업무도 부쩍 늘었다. 특히 담임교사는 담당 과목 수업 외에도 반 학생들의 감염 예방 관리와 급식 인솔까지 과중한 업무가 주어졌다. 학교 전체 학생을 담당해야 하는 보건교사도 인력난을 겪는다. 

보건교사가 1명이거나 실무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의 경우 고교 전 학년이 등교한다면 많게는 1천여 명의 학생을 보건교사 1명이 담당하게 된다. 도교육청에서는 등교 수업 후 학교교육활동 지원 인력을 활용해 감염예방활동에 도움받을 것을 권고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방과후 강사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소속 방과후 강사가 없는  고등학교는 인력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오는 27일에는 고2, 중3, 초1·2, 6월 3일 고1, 중2, 초3·4, 8일 중1, 초5·6 순으로 등교한다. 교육부는 고3을 제외한 나버지 학생은 학교장 재량으로 등교 일정을 조율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학교마다 상황에 맞춰 온라인 수업, 격주 또는 격일 대면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