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들은 수당 지급 연기 의사를 표명한 지자체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28일 원주시청에서 열린 강원도 농어업인수당 지급 촉구 강원농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18개 시·군 모두 합의해야 복지부 심의 통과
도농업인단체 "지급 미루려면 시장 그만둬야"

농어업인수당 연내 지급이 요원해 보인다. 원주를 비롯한 도내 5개 시·군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 18개 시·군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수당 지급이 불가능해 농가 반발이 심한 상태다.

강원도의회는 지난 2월 '강원도 농어업인수당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강원도는 이에 내달 열리는 2차 추경에 강원도 예산 350억 원을 편성했다. 수당 지급 대상은 도내 10만4천여 가구로, 오는 7월부터 연 70만 원씩 지급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6일 열린 강원도 시장·군수 협의회에서 원주, 동해, 강릉, 춘천, 철원 5개 시·군이 지급 연기 의사를 표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 압박이 심한 상태에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것.

강원도 농어업인수당은 강원도와 지자체가 5:5로 예산을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재난지원금 지출이 크다"며 "예산 압박이 심한 상태에서 원주시 부담분 42억 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농어업인수당 연기 주장에는 또 다른 근거도 있다. 농어업인수당은 당초 최문수 도지사가 지방선거 때 제시한 공약이었다. 도지사 공약에 대해 원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

원주시 관계자는 "도지사 공약사항이었으면 5:5 비율이 아니라 6:4 또는 7:3으로 강원도 부담을 늘려야 한다"며 "원주시가 왜 5:5로 농어업인수당을 부담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원도가 예산부담 비율을 조정한 후 내년부터 농어업인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개 시·군의 연기 표명은 연내 지급 불가를 의미한다. 농어업인수당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심의를 거쳐야만 지급된다. 심의를 받으려면 도내 18개 시·군의 합의서가 필요하다. 5곳의 지자체장을 설득하지 않는 한 올해 지급은 불가능하다.

한편, 농민들은 수당 지급 연기 의사를 표명한 지자체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28일 원주시청에서 열린 강원도 농어업인수당 지급 촉구 강원농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한 것. 

곽달규 강원도농업인단체 총연합회장은 "강원도에서 관련 예산을 어렵게 마련했다"며 "적어도 18개 지자체의 시장, 군수는 강원도만큼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일 내년으로 지급이 연기되면 강원도 전체 농민이 원주, 강릉, 동해, 철원, 춘천에서 농민대궐기대회를 열 것"이라며 "도에서 정해준 금액을 맞추지 못한다면 시장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