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창운수는 200억 원에 육박하는 부채에 코로나19로 수익이 급감하자 지난 24일 법원에 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

태창운수가 문을 닫을 전망이다. 지난 24일 춘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 회생절차 폐지신청을 한 것. 260억 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사실상의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태창운수는 지난 2015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사 수익이 급감한 상태에서 경영진 횡령 사건까지 터져 부도 위기에 처했던 것. 2017년 법원에서 회생계획이 인가됐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승객이 줄면서 회생계획을 포기했다.

태창운수 관계자는 "토지를 매각해 65억 원을 변제할 계획이었지만 부동산경기 악화로 불발됐다"며 "원주시에서 주는 재정지원금도 턱없이 부족해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파산에 이르게 된 계기는 전 경영진의 부실 운영이 컸다. 금융권으로부터 저상버스 구입비를 차입한 뒤, 원주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당초 목적 외에 사용했던 것. 게다가 전직 임원이 회사 명의로 수백억 원을 유용해 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 맞지 않은 재정지원금도 파산의 결정적 이유라고 했다. 강원도가 도내 전체 버스회사의 적자분을 지원하는 재정지원금 규모는 300억 원 정도. 하지만 최근 용역 결과에선 700억 원이 적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노선 운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인데 보조금마저 현실적이지 않으니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파산절차 종료까지는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산선고(태창운수)→파산관재인 선임→파산채권신고→채권조사→파산재단 환가(매각 등)→변제→배당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

원주시는 ▷택시부제 일시해제 ▷전세버스 투입 ▷기존업체(대도·동신) 시내버스 증차 ▷공영버스 확대(읍면지역)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태창운수가 정상화하려면 2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회사 측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태창운수 노동조합원이 중심이 된 '시내버스 완전공영제 쟁취를 위한 강원공동투쟁본부'는 지난 27일 원주시에 버스 완전공영제 도입을 요구했다.

노조 "완전공영제 도입" 요구
태창운수 노동자들은 이 사태의 최종 책임이 원주시에 있다고 주장했다. 원주시가 시민 세금으로 매년 수십억 원씩 보조금을 집행했는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

태창운수 기사 A 씨는 "지금처럼 회사가 휴업을 신청하는 것도 원주시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원주시는 매년 수십억 원씩 보조금을 지급하면서도 회사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수수방관했다"라고 말했다.

태창운수의 회생계획 폐지신청으로 100명의 일자리는 풍전등화에 놓여있다. 노동자들은 60여억 원에 달하는 퇴직급여도 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태창운수 노동조합은 완전공영제 도입을 촉구했다. 지난 27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한 것.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와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강원지부, 민주노총 태창운수 지회로 구성된 '시내버스 완전공영제 쟁취를 위한 강원공동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현행 시내버스 민영제가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사람들의 교류가 확연히 줄 것이라고 전망한 투쟁본부는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 도시에선 시내버스 흑자 노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실할 것"이라며 "태생적으로 이윤을 내야 하는 민간 시내버스회사는 지속 불가능함을 확인하는 과정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창운수만 보더라도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감했다. 지난 3월 7일 총 43대 버스 중 16대 감축, 3월 23일 8대 추가 감축, 4월 4일 전면 휴업, 4월 24일 회생절차 폐지신청에까지 이르렀다. 대도·동신운수 또한, 태창운수 못지않은 경영난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쟁본부는 "수익이 되지 않는다고 벽지 노선들이 감차·폐차되고 버스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휴업을 선언해도 개입이 불가능한 지금의 민영제는 누굴 위한 민영제인가?"라며 "휴업 신고로 태창운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고 원주시민들의 이동권도 무너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완전공영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춘천만 하더라도 한 개 버스회가 노선 전체를 운영하는데 200억 원이 소요됐다"며 "원주시가 세금으로 원주 3개 버스회사 노선권과 부채를 사들이는 것은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원주시는 태창운수가 운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도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올해 초 태창운수 몫의 재정지원금을 전액 앞당겨 지급한 상태에서 전면 휴업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 추가 지원을 하더라도 버스 운영이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도·동신운수에는 버스 환승 지원금을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