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그 중 하나가 온라인 개학이다. 학교에서 대면 수업이 아닌 원격 수업으로 정규 과정을 배워야 하는 상황은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에게도 무척 낯설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나와 같은 학부모들은 더욱 난감하고 당혹스러웠다. 8살이 된 딸은 제법 어린이 티를 벗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들의 첫 학교 입학은 학부모에게도 무척 긴장되고 설레는 순간이다. 아이와 함께 나 역시도 학부모로써 마음을 다잡고 여러 가지를 알아보며 준비했다.

 하지만 올 초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아이와 나의 초등학교 입학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3월 입학을 앞두고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자 등교가 미뤄졌다. 워킹맘이 가장 먼저 부딪힌 난관은 보육이었다. 유치원 졸업 후 입학 전까지만 친정어머니께 딸을 맡기려 했으나 얘기치 않게 몇 달을 신세지게 됐다.

 부모님이 근처에 사시는 나는 매우 양호한 경우였다.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학부모들은 연차를 내면서 아이를 돌보다 결국엔 자녀를 혼자 집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하면 난 '친정 찬스'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친정어머니와 함께 보내면서 교육 공백이 길어지는 것이 우려됐다. 어엿한 초등학생 임에도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자 조급했기 때문이다. 그 즈음 정부에서 온라인 개학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단어조차 생소한 온라인 개학이라니. 코로나19로 생각지도 못한  교육 방식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새삼 전염병의 위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4월 20일 시작한 첫 수업은 쉽지 않았다. 첫 날 연차를 내고 아이의 학교 수업을 도왔다. 교육 공백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의도와는 달리 초등 저학년이 혼자 온라인 수업을 듣기에는 무리였다. 영상에서 제시하는 만들기나 그리기 과제를 위해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고 진도를 따라가기는 무리였다. 딸 역시 수업하면서 내내 엄마를 찾았다. 결국 수업 내내 옆에서 아이와 같이 수업을 함께 듣게 됐다. 다른 가정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오죽했으면 학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는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지만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예비 학부모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했던 자녀 양육 계획 역시 틀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이와 함께 손잡고 첫 입학식을 맞이한다던지, 스마트기기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등 나름의 낭만과 철학들 말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교육부 방침을 두고 많은 학부모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나 역시 모든 결정에 동의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마냥 힘든 기억이 아닌 아이를 키우며 학부모로써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어쨌든 우리는 묵묵히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이겨내고 있으니까. 빠른 시일 내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길 바라며 내 딸이 하루 빨리 첫 짝꿍의 이름을 알려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