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소초면 교항리 마을회관 앞에서 진행된 이운식(위 사진). 원래 위치인 교항리와 평장리 경계지점으로 옮겨진 석조불두.

불두와 불신 떨어진 채 40여 년 세월 흘러
주변 사적공원 정비…도 문화재 지정 추진

40여 년간 불두(머리)와 불신(몸체)이 떨어진 채 도로 옆 마을회관 앞에 놓여있던 교항리 석조불두가 새 몸과 함께 제자리를 찾았다.

원주시는 지난달 27일 소초면 교항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 교항리 석조불두를 원 위치인 교항리와 평장리 경계지점으로 옮기는 이운식(移運: 불화나 불구 등을 다른 장소로 옮길 때 하는 의식)을 봉행했다. 영원사 무이스님의 집전으로 봉행된 이운식에는 구룡사 적천스님과 입석사 성묵스님, 국형사 해공스님 등 원주사암연합회 스님들과 지역 주민 100여 명이 함께 했다.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24호로 지정된 교항리 석조불두는 지난 40여 년 간 교항리 마을회관 앞에 놓여 있었다. 원 위치는 이번에 옮겨간 평장리와 교항리 경계에 있던 언덕 위 자연암석이다. 당시 암석에 불신이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 별석으로 불두가 있었는데, 1980년대 초 불두를 훔쳐가려는 현장을 주민들이 적발하면서 도난을 막기 위해 현재 위치로 옮겨놓았다. 이후 국도 42호선 확장공사 중 원래 놓여있던 몸체인 자연암석이 매몰되면서 현재는 불두만 남아있다. 원래 놓여있던 자연암석에는 옷 주름이 선각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원주시는 석조불두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지난 2015년 발굴조사를 실시했지만 몸체로 사용된 자연암석 찾기에 실패했다. 원주시는 몸체는 찾지 못했지만 석조불두가 있는 위치가 도로 옆이라 사고 위험이 높고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 2~3m 크기 자연암석 3개로 새로운 몸체(불신)를 만들어 석조불두가 있던 원 위치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던 1980년대 초 범행 현장을 발견하고 석조불두의 도난을 막은 유길수(62) 교항1리 이장은 "40여 년 지근거리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했던 석조불두가 제 자리를 찾아간다니 다행이면서도 서운하다"며 "옮겨가는 위치가 그리 멀지 않아 자주 찾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1980년대 이전 자연암석 위에 놓여있는 교항리 석조불두의 모습. 원성군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추정된다.

한편 높이 1.05m에 이르는 석조불두는 주민들 사이에 임진왜란 때 왜병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학계에서는 사각형 납작한 얼굴에 수평으로 긴 눈과 역시 수평으로 길게 일직선으로 새긴 입, 폭이 넓고 비교적 긴 코 등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고려시대 불상머리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눈과 입이 투박하고 전체적으로 토속성 짙은 얼굴모습과 머리만을 따로 조성하여 자연 암석 위에 올려놓은 점 역시 고려시대 불교조각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원주문화원이 1975년 발간한 원주원성향토지와 문화재관리국이 1978년 펴낸 문화유적총람 등에 따르면 "머리 위가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는 위에 사각형의 판석을 얹어 풍화를 막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또한 불교조각에서 흔히 보이는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주시는 석조불두가 옮겨간 곳에서 마주하는 위치에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19호 마애공양보살상이 있고, 이 곳이 탑고개로 불린 점 등으로 미루어 또 다른 불교유적이 존치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원주역사박물관 박광식 문화재 팀장은 "주변을 불교사적공원으로 정비하는 한편, 현재 문화재자료인 석조불두를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해 위상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인접한 평장리 마애공양보살상과 연계해 원주 북부권 불교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