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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교·정현옥 부부

일상생활부터 병간호까지 15년간 독거어르신 봉사 박수희 기자l승인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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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원 어르신은 일주일에 1~2번 반가운 손님이 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하염없이 현관문을 바라보신다. 안 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건 이인교·정현옥 부부가 집 안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하루 종일 말 한 번 섞을 사람 없는 적막한 집안이 유일하게 북적해지는 시간이다.

올해로 15년 째 안 어르신 댁을 찾고 있는 이인교·정현옥 부부는 안 어르신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든든한 존재다.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혈혈단신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안 어르신을 위해 두 부부는 가사지원부터 외출 및 병원 동행 등 일상생활은 물론 어르신이 정서적으로도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십 수 년 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들은 자원봉사자와 대상자를 넘어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유대감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남편 이인교 씨는 회사 직원을 따라 몇 번 방문한 금대리 소쩍새 마을에서 3년 간 목욕 및 배식봉사를 시작했다. 장애인 집단거주시설이었던 곳에서 장애인들과 몸을 부대끼며 시작한 봉사활동은 쉽지 않았지만, 어릴 적 거리 부랑자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으셨던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라 꾸준히 시설을 방문해 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시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계속 봉사활동을 할 수 없었던 이 씨는 지역 내 복지관을 방문하다가 명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안기원 어르신을 소개받게 됐다. 건강상의 이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을 위한 전반적인 도움이 필요했는데 대상자가 여성이기에 이 씨의 도움만으로는 한계가 따랐다. 그래서 아내와 두 자녀를 설득해 가족이 함께 안 어르신을 찾아뵙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이 처음이었던 아내 정현옥 씨는 많은 것이 어색했지만 특히 어르신과 마음을 터놓고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할머니는 자주 바뀌는 자원봉사자들을 여럿 겪으면서 이 씨의 가족 역시 그러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자녀들이 졸업한 후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오며 신뢰를 쌓아갔다.

일주일에 1~2번 안 어르신 댁을 찾는 이들은 집안 청소와 반찬 등 먹거리를 챙기며, 할머니의 외출을 동행한다. 일과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시기에 산책을 하거나 외식을 나가며, 이전에는 교통비 부담으로 병원 정기검진을 다닐 수 없었던 할머니를 위해 병원 동행도 함께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안 어르신은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두 부부를 찾는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날 외에도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때면 밤낮 구분 없이 달려간다. 할머니가 부상으로 입원했을 때도 병간호는 부부의 몫이었다. 부상 입은 할머니를 병원에 이송하는 일부터 입원 후 필요한 물품 구입과 매일 병실을 찾아 간호하는 일까지 봉사활동의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가족보다도 더 살뜰한 보살핌을 지원한다. 지난 2월에도 낙상을 당한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되자 매일 안부전화를 통해 건강을 살피고 있다.

아내 정 씨는 "우리 내외 모두 어머님이 오랜 병상생활을 하셨기에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어르신을 보면서 더 정성을 쏟아 모시고 있다"며 "오랜 세월 함께하다 보니 봉사활동을 넘어 대가 없이 정을 나누는 가족 같은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부부의 극진한 보살핌에 안 어르신 역시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이 호전된 상태다. 매일 달고 살았던 두통약과 자양강장제도 끊거나 줄이며 삶에 활력을 찾았다. 박현숙 명륜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봉사자가 십 수 년 동안 동일한 대상자를 방문하면서 봉사 활동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이인교·정현옥 봉사자는 진짜 가족 못지않게 안기원 할머니를 보살피며 많은 부부 봉사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외는 안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동안에는 지금처럼 할머니를 보살피는 일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편 이 씨는 퇴직 후 2년 간 복지시설에서 숙식하면서 오롯이 봉사의 삶을 살아가는 계획을 세웠다. 이 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어르신께 소소한 도움을 드릴 수 있었지만 우리 역시 가족이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돈독해질 수 있었다"며 "어르신과의 만남을 통해 나눔과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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