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사 템플스테이도, 고판화박물관도, 고판화도서관도 지난달 26일부터 휴관하고 있다. '코로나19' 지역 확산 방지를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다. 17년 전 개관이후 지금까지 월요일 정기 휴관일 외에는 휴관한 적이 없었는데, 언제 열리 지 모를 휴관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지둥 며칠을 보내고 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려고, 박물관 정원을 걷다 치악산을 바라봤다. 그동안은 눈 덮이고 앙상한 가지만 보이는 겨울 산이었는데, 언제 인지 모르게 산의 빛깔이 달라졌다. 아!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난리가 나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것을 알려주는 나무 중 하나가 통도사에 있는 수령 370년이 넘은 자장 매화나무라고 한다. 통도사 자장 매화꽃은 임진왜란 이후 전란에 피해를 입은 통도사를 중창하기로 발원한 우운대사가 먼저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한 후 영각을 건립하였는데, 그 곳에 매화 싹이 자라나더니 370년 동안 봄이 오면 어김없이 연분홍 꽃을 피운다고 한다. 올 해도 어김없이 자장매화나무의 매화가 팝콘 터지듯이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다.

 나라가 온 통 멈추어선듯하고 사람들은 나들이를 꺼리고, 여행지는 얼어 붙였고, 모든 문화행사는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이상화 시인이 말했듯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는데, 우리의 가슴에는 봄이 들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자연은 우리에게 봄을 알리며, 희망의 손짓을 하고 있다.

 이 세상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큰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무서운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막아서도 그것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니라, 어김없이 봄이 오듯이 바이러스도 사라지고 없어질 것이다. 치악산에 피고 있는 봄의 기운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듯이. 우리도 '코로나19'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1월에 닥친 중국 우한의 암울한 상황이, 대구 경북의 일로 이제는 원주의 일로 다가오다 보니, 온 나라가 패닉 현상을 일으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보도와 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형마트에서 사재기를 하지 않고, 종교 단체가 집단 행사를 스스로 멈추는 등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성숙한 행동을 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나에게 닥친 바이러스 공포가 바이러스를 퍼트린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공격만 할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공동의 업(業)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닥친 바이러스의 공격도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고통임을 생각하면서, 한 번 더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한다면,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 우리 마음은 병마의 흔적이 없는 원래 깨끗한 상태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갑자기 모든 것을 멈추고, 여러 날을 지나다 보니,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처럼' 그동안 앞만 보면 달릴 때 보지 못했던 나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이 오듯이,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에 다가올 멈췄던 삶의 현장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때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우리 앞에 닥친 바이러스 역경이 우리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기회일 수도 있다. 역경에 처한 나와 이웃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오기만 했던 나를 돌아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맡은바 책임을 묵묵히 실천해야겠다. '코로나 19'가 사라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우리의 내일을 위해….

한선학 한국박물관교육학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