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캠프롱 부지에 원주시립미술관을 건립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미술관 건립 방향과 기본 구상안 마련을 위해 지역 예술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역 예술계에서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원주시립미술관, 이랬으면 좋겠다. 첫째는 '지역문화의 보고(寶庫)와 글로컬(Glocal)'이다. 지역의 미술관은 지역문화에 대한 연구와 수집 그리고 보존하는 아카이브 기능이 중요하다. 원주는 '생명 문화'와 함께 훌륭한 '문화 인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10호 나전칠기 명장 일사 김봉룡 선생님, '생명사상'과 '무위서화(無爲書畵)'의 새로운 경지를 여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펼치신 서양화가 최홍원·이재걸 선생님 같은 분들이 바로 원주가 기억하고 보존해야할 우리 지역의 중요한 문화 인적 자산이다. 그리고 지금도 곳곳에는 예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지역 작가들이 즐비하다.

 흔히 이 시대를 글로컬(Glocal) 시대라고 한다.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Glocal)은 일반적으로 지역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말한다. 따라서 원주시립미술관은 '지역 문화자산'을 '글로컬 문화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둘째는 '문화생산 기능 강화'이다. 미술관의 부속 공간으로, 원주지역 유휴공간이나 미술관 주변에 군집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하여 작가들이 상주하며 작업 할 수 있는 '군집 아틀리에' 운영을 제안한다. 이것을 통한 문화생산 기능의 강화는 자연스럽게 미학 연구로 이어지고, 결국 미술관 활성화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셋째는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미술관'이다. 시립미술관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알려진 곳은 일본 가나자와의 '21세기현대미술관'이다. 필자가 미술관과 관련한 발제나 토론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주제는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미술관'이다. 몇 해 전, 가나자와 21세기현대미술관에서 '가나자와 21c현대미술관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콜로키움이 있었다.

 발표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이라는 미션이었다. 이 미션은 고도의 정보화, 기계화된 사회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인간력(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필요한 총체적인 능력)과 풍부한 감성을 길러주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가나자와 21세기현대미술관의 구로사와 히로 학예사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이라는 미션은 아이들이 미술품을 보는 것을 넘어 그림과 놀고, 즐기고, 체험하며 '추억을 갖게 하는 것'이다"라고 미션의 의미를 소개했다.

 이 미션이 성공한 배경에는 미술관과 시와 교육기관의 유기적 협력이 있었다. 미술관에서는 교육기관과 협력해 초등학교 4학년은 의무적으로 미술관 관람과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하고, 모든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특정기간에 무료로 미술관에 초대하여 미술관과 친숙해 질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예술적 향유가 인격형성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일반적 상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주시립미술관이 우리 아이들의 인간력과 풍부한 감성을 길러주는 미술관이 됐으면 좋겠다.

김병호 조형예술학박사 백석대대학원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