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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응옹록마을공동체를 다녀와서

베트남 산간마을에서 되돌아 본 우리사회 변재수 원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l승인2020.02.10l수정2020.02.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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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이란 사회주의 국가의 마을을 찾아간다는 것, 2004년 라오스를 다녀온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의 마을공동체간 교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회적기업인 노나메기의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한 저개발국가의 주거환경개선과 적정기술에너지를 보급해 보려고 하였으나 지역 선정과 사전정보가 없다보니 시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듯하다. 원주지역협동조합네트워크의 국제교류는 일본생협그룹과 전통적인 인적교류 이외에는 저개발국가에 대한 국제협력교류사업을 고민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의 협력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2018년부터 (사)한알마을과 국제교류사업을 논의하면서 현지 NGO조직과의 연계, 대상지역 선정까지 시간이 걸렸고, 또 현지 활동가들의 원주협동경제팀 방문에 대한 적정성과 결부되어 시간적으로 촉박하게 지역 선정이 이루어졌다. 응옹록마을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부재한 상태였지만 해외주민연대의 추천을 받았고 사전 교감이 있는 현지 NGO였기에 전폭적으로 믿고 베트남으로의 출발은 새로운 공간과 마을사람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설레게 했다. 

 

▲ 베트남 응옹록초등학교 탕 분교에서. 탕 분교 교사들과 Nabe 활동가, 원주협동경제팀. Nabe는 베트남 현지 NGO 단체로 소수민족의 청소년 교육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베트남 하노이 하늘은 스모그에 뒤덮여 있었다. 특히 오토바이 문화는 상상 이상이었다. 수많은 오토바이가 도로와 인도를 장악하였고 프랑스식 건축물, 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와 썩고 악취 나는 뒷골목의 하천, 신축되는 건물들, 도로변 이발사, 영어식(프랑스식) 표기 간판들, 신호등과 건널목이 없이 승용차와 오토바이 사람의 기묘한 교차통행이 내가 받은 베트남의 첫 인상이었다.

 늦은 시간에 찾아간 카페 Nabe house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나무로 된 구조물과 전통건축물에서 옮겨놓은 대들보 등 우리 눈에도 익숙한 카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왠지 서먹해 하는 나베 식구들. 그들은 대부분 20~30대 초반인데 원주 팀은 50대이니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수 준비해준 저녁만찬을 먹고 저녁9시에 하장으로 출발, 난생 처음 타보는 침대버스로 6시간, 그리고 오토바이택시(쎄옴)에 설레임을 싣고 북부 응옹록마을에 도착하기까지 6시간이 걸렸다. 험한 여정을 버텨준 오토바이와 택시기사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말을 전한다. 사실 엉덩이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다음에는 내가 직접 운전할 결심을 해본다. 나베의 여전사들이 왕복 대장정을 소화하는 것을 보니 은근 욕심이 난다. 다음에는 원동기 면허를 취득해 꼭 베트남 하장의 고원지대에서 라이딩을 즐겨보리라.

 응옹록마을 인민위원회 주석과 대표단(서기) 등 처음 만나는 공산당 간부들과의 상견례에서는 나 스스로 경직되었던 것 같다. 빨갱이 교육을 받은 세대로서 아무래도 그들은 편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의례적인 인사와 사진촬영까지 이어지면서 그들도 일반적인 행정공무원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외국인에게 마을 방문을 허가해준 응옹록마을 인민위원회에 감사드린다.

 

▲ 베트남 응옹록초등학교 탕분교 어린이들.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산악지역 1~3학년 초등학생들을 위한 분교로 Nabe활동가들이 베트남 기업과 독지가들에게 후원을 받아 학교 건물을 건축했다. 산악지역 어린이들은 등하교 거리가 멀어 4~7학년은 기숙생활을 하지만 저학년은 기숙을 할 수 없어 분교가 없으면 교육을 받기 힘들다.

 70년대 우리 고향 같은 마을풍경과 노점들, 8개 소수민족의 색다른 옷차림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9천 명의 마을인구에서 초·중학생이 1천여 명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이 일었던 것처럼 이곳도 베트남전쟁 이후 전후세대의 폭발적인 출산율에 따른 것이다. 전체인구 중 2/3가 30대 이하로 젊은 세대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기에 사회의 역동성과 국가의 성장가능성 그리고 잠재력을 가늠케 한다.

 대한민국은 20%에 육박하는 초고령화 사회 속에 극단적인 저출산으로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우리 입장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베트남의 인구 구성이 젊다는 것은 사회가 젊고 생기 있다는 것이고, 한국사회가 고령화된다는 것은 보수화되고 사회주류층이 고령화되어 있는 것이기에 청년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20년 후 대한민국은 아시아 4마리 용으로 남아 있을까?

 그렇지만 이들도 경제적 자립에 대한 고민은 깊어보였다. 북부 외진 산간마을의 경제활동이라야 쌀농사이다. 2모작과 3모작을 하는 베트남 기후에서 쌀농사가 부가가치가 있을 리 없다. 경제가 점차 발전하면서 사적소유로 인한 경제적 불균형, 불평등이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응옹록마을의 행정책임자도 농업경제의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원주의 협동조합운동과 유기농기술에 대한 교류를 원하고 있었다.

 베트남의 사회키워드가 '웰빙'과 '유기농'이라고 하니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경제적 생활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인데 친환경농산물, 건강, 관광에 맞춘 농업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베트남에서 버섯팜을 준비하는 분의 말로는 훠궈 같은 음식문화가 확대되고 있어 버섯 재배가 부가가치가 있고, 돼지와 닭 등 육류소비도 늘고 있다니 축산도 고려해볼만 하다.

 마을공동체 교류에 대한 베트남 사회나 정부의 정책과 방향을 이해하면서 협력 아이템을 고민해 보아야겠다. 특히 응옹록마을의 니즈(needs)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영어 습득이 원동기 면허 취득보다 선행되어야 하겠다. 베트남 활동가들은 기초적인 영어 구사가 가능하기에 베트남어보다 습득하기가 쉬울 것 같다.  

 당장 물적 지원을 하겠다고 덤벼든 것은 아니기에 시간적인 여유와 인적교류를 통한 서로간의 호혜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들에게도 원주의 40여 년의 협동조합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상호 교류 속에 공동의 사업을 찾아가야 한다. 우선 공동사업으로 모색 가능한 것은 교실, 기숙사 건축 지원사업, 원주생명농업의 친환경농업기술교류, 청소년교육지원사업, 의료보건사업, 문화예술교류 등이 있을 수 있다.

 마을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민역량강화와 지역의 자원 발굴, 스토리텔링, 민간자원의 연계 등 장기적이고 특성화된 사업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시재생사업의 경험을 통한 마을활동가,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원주지역의 사회적경제와 중간 지원조직 등 다양한 그룹의 참여 방안도 고민해 마을공동체간 교류를 위한 협력들이 더 확대될 수 있었으면 한다.

 전문적인 가이드가 준비한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시간 배분이나 방문기관과의 간담회 등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Nabe 식구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들의 젊은 열정을 다 담아내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순수한 열정을 그들에게서 볼 수 있었고 나 역시 힐링이 되었다. 그리고 소수민족 청소년교육사업에 참여하는 그들에게서 베트남의 희망을 보았다. 젊은 사회의 역동성을 무기로 하나씩 준비 중인 그들은 분명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올라 설 것이다.

 우리는 베트남의 젊은 힘을 어떻게 바라보고 우리사회에 다시금 되돌아보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사회적 가치에 도전하고 있는 베트남의 청년세대를 어떤 눈으로 바라 볼 수 있을까? 한국도 정치, 문화,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를 젊게 만들어 가야 한다. 젊은이들을 절망하는 청춘이 아닌 사회의 중심으로 세워 변화의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참으로 의문부호가 많이 들어가는 교류의 시간이고 고민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변재수 원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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