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개장한 도시농부 아카데미 하우스.

노숙인 자활을 위한 스마트팜 운영 지원사업인 도시농부 아카데미 하우스 프로젝트(이하 도시농부 프로젝트)가 노숙인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노숙인의 사회적 재 진입을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농부 프로젝트는 지역사회 현안인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마트팜을 운영, 수익창출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복귀 프로그램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 원주시, 원주노숙인센터 등이 협력하고,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후원하면서 민·관이 함께 사회공헌 플랫폼을 만든 전국 최초 사례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7월 소초면 장양리에 터를 잡고 컨테이너 스마트팜 2개 동을 마련한 뒤 노숙인 2명을 투입, 작물 시험 재배를 시작했다. 기존 지역사회 협력 체계 기반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던 도시농부 프로젝트는 노숙인들의 자립성을 높이고자 이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올해 사회적기업 창업에 도전한다.

사회적기업 대표를 맡은 이상길 전 원주노숙인센터장은 "사회복지 지원프로그램으로 운영되던 도시농부 프로젝트 사업을 추후 노숙인들이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게 됐다"며 "이들이 직접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한다면 노숙인들의 안정적인 사회 재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3명의 노숙인들로 구성된 사회적기업 '땀'은 재배작물로 새싹보리를 선택했다. 지난해 수차례의 시범 재배를 실시할 결과, 새싹보리가 재배기간이 짧고 발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능을 가진 새싹보리는 분말로 가공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어 건강식품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노숙인들은 각자의 경험과 능력을 살려 사업을 추진한다. 이 대표가 사업을 총괄하고 사업 실패 경험이 있는 노숙인이 유통망 확충 역할을 맡으며, 건설업 종사 경력으로 시설관리를 담당하거나, 인터넷 판매를 지원하는 등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노숙인 자활을 위한 사회적기업은 고객과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제품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성을 입증하며  직접 생산·가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도 갖추려고 한다. 인터넷망을 구축해 파종에서 생산 완제품이 되는 과정을 소개하며, 나아가 노숙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겸한 택배서비스까지 구상하고 있다.

지역사회 협력 체계를 갖춘 것도 이들 사업의 장점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이달 초 대량 건조기를 후원하기로 했으며, 중앙협의회 차원의 펀딩을 지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모판, 보리씨 등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후원하기로 했다. 원주로컬푸드는 안정적인 납품을 위한 거래처 확보를 지원하며, 원주노숙인센터는 고용 인력 발굴 및 업무 협력을 함께 돕는 방식으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추후 안정적인 수익을 발생하게 되면 컨테이너 스마트팜 동을 추가로 설치해 노숙인 고용 인력을 늘려가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노숙인센터를 운영하면서 노숙인들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경제활동의 불안정으로 번번이 사회진입이 좌절됨을 보면서 이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이 크다는 걸 느꼈다"며 "이번 사회적기업을 통해 노숙인 스스로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로 재진입해 가는 물꼬를 틀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