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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의 의미

김재용 누리야간학교 교사l승인2020.01.06l수정2020.01.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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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아주머니와 아르바이트 학생의 언쟁이 모든 사람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아주머니 주장은 주문을 했는데 다른 품목이 나왔다는 것이었고, 알바생은 몇 번이나 물었는데 맞다고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잠시 지켜본 나의 견해로는 아주머니는 핸드폰에 영혼이 뺏겨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는 듯 보였고 알바생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사람 많은 공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듯 알바생에게 "젊은 애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나랑 지금 장난하냐"며 학생을 몰아붙였다. 학생이 체념한 듯 아주머니의 말을 여과 없이 흡수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품목을 교체해 주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상황은 정리됐다.
 

 아주머니는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자리로 돌아가 음식을 먹었고 비난의 언어를 감내했던 학생은 침울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쭉 늘어선 손님의 주문을 받아야만 했던 상황이 무척 어색해 보였고 내 차례가 왔을 때는 순간의 시간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순간의 모욕을 주었던 아주머니와 순간의 모욕을 받아야만했던 알바생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고유한 사람의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오고 우리는 그것을 인향(人香)이라고 한다.
 

 수준이나 등급을 나타내는 성품(性品)과 인품(人品)에 쓰이는 한자 '품'(品)은 한문으로 입구 자 세 개가 모여져 만들어져 있다. 이를 보면 자신이 쓰는 말의 합이 자신을 만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나이에 비례해서 품(品)이 만들어지고 더 성숙해진다는 말은 어느정도 진정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성장하며 성숙해 지고 있는지 아니면 나이와 반비례하면서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의 저자 존 맥스웰은 "자신의 가능성을 세상에 펼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 성장은 그냥 시간이 지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삶의 목적을 발견해야 하고, 자기인식을 높여야 하며,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성장 의도가 없을 경우에는 결국 제자리걸음만 하게 된다. 반대로 의도를 가지고 나아가면 성장을 지속하면서 끊임없이 '다음은 뭐지?'라고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혼도 살찌우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는 말과 의식적인 성장 의도가 없을 경우에는 제자리걸음만 하게 된다는 작가의 말은 공감을 넘어 무서운 말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성장이 멈춘 어른으로써 인생을 무덤덤하게 살아간다. 외적인 성장만을 가꾸며 허세로 물들인 삶이 참 인양 살아가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은 깨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어느 날 학교에서 적어온 글 중에 "나는 작아요, 엄마 품에 푹 안길 만큼 아주 작아요. 나는 자라요. 하루종일 조금씩 조금씩 색종이를 오려 종이에 딱 붙이는 순간이나 내 이름을 쓸 때에도 나는 자라요. 단추가 단춧구멍으로 들어갈 때에도 나는 자라요. 처음으로 무지개를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순간에도 나는 자라요" 란 문구가 있었다.
 

 우리의 아이들도 키가 자라면서 지혜도 성장을 하지만 어른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마음속에 배려와 성숙의 나무는 점점 더 작아지고, 나이듦이 권력인 것처럼 또 다른 소중한 인격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인품을 만들고 성숙을 이끄는 내적성장이 멈춰 굳어버린 촛농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성숙의 다른 의미는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존중이라 하겠다.


김재용 누리야간학교 교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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