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림면 성남리 석남사지 발굴현장.

명문기와 청·백자 다수 출토…삼국사기 기록 뒷받침

후삼국시대 궁예가 주둔했던 곳으로 고려 건국의 시원지로 전해지는 '석남사(石南寺)'의 실체가 확인됐다.

원주역사박물관은 석남사지의 성격과 규모, 역사적 가치를 파악하고자 강원문화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25일부터 한 달간 신림면 성남리 일대에서 실시한 정밀발굴조사 결과 석남사지의 실체를 증명하는 다양한 유물과 유구가 발굴됐다고 밝혔다.

원주역사박물관과 강원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발굴조사에서 치석(治石)된 석재로 기단을 축조한 건물지를 비롯해 초석과 적심(積心)시설, 배수시설 등이 확인됐으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기와 및 청자, 백자편 등이 다수 수습됐다. 특히 11~12세기로 추정되는 화형청자와 압출양각청자 등이 출토됐으며, '石南寺(석남사)', '○卍(○만)', '大平○南寺(대평○남사)'라는 명문이 새겨진 기와도 확인됐다.

▲ 석남사지에서 출토된 석남사(石南寺) 명문 기와.

원주역사박물관 관계자는 "'大平(대평)'은 중국 요나라의 연호로 고려 현종이 재위하던 시기"라면서 "발굴된 청자의 생산시기와도 일치하는 등 삼국사기 기록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삼국사기에는 '서기 892년 세상을 바꾸겠다고 작심한 궁예가 북원성 호족 양길에게서 군사 삼백을 얻어 치악산 기슭 석남사(石南寺)를 중심으로 주천, 영월, 울진을 정복했다'고 기록돼 있다. 궁예는 이 곳에서 인근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다가 개성으로 진출해 후고구려를 건국했다. 석남사지가 고려 건국의 시원 유적인 셈이다.

강원문화재연구소 최종모 연구실장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석남사 위치는 그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졌는데 이번 정밀발굴조사를 통해 그 실체가 확인된 점이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는 부분적인 조사만 이뤄졌지만 보다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분명한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석남사지에서 출토된 '大平○南寺(대평○남사)' 명문 기와.

원주시는 석남사지 일원 난개발로 유적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정밀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정문화재 신청을 서두를 계획이다. 향후 전면적인 학술발굴조사를 통해 궁예가 활동했던 시기의 유물과 유구가 확인되면 지역 문화유산의 풍부한 가치가 증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원주시는 문화재 발굴조사를 통해 석남사지를 민족통합 및 고려 건국 시원유적으로 정비한 뒤 건등산과 견훤산성 등 고려 건국의 토대가 된 유적과 함께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옛 태봉국이 있던 개성과의 교류 및 북한과의 공동학술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문화재 분야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박종수 원주역사박물관장은 "아직 문화재청 내에서 관련 부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고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조금 늦어질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면서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이뤄지면 법천사지와 거돈사지 등 지역 내에 분포한 고려시대 유적을 망라해 공동학술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