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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존엄한 과정, 나이듦

이쁜이 성공회원주나눔의집 대표l승인2019.12.30l수정2019.12.3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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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모든 과정이 존엄하다. 나이듦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광고 속에서 늙지 않는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늙어가는 내 모습이 어색할 때가 있다. 점점 느려지는 속도가 부끄럽고 걸음을 재촉하지 못해 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을 사는 사람은 나이 여부에 상관없이,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성에 상관 없이 모두 귀하며 보배롭다. 그 관점에서 농촌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인을 빼고 생각해보면 농촌은 거의 텅 비어 있다. 농촌에는 노인이 주인공인지 오래다. 노인이 중요한 공간을 차지하고 노인이 사업을 진행한다. "젊은 사람이 없다"는 시선은 더 힘 빠지게 하며 그 관점은 나아지는 바가 없다. 오히려 시선을 돌려서 마을을 다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마을의 중심에 노인을 위한 공간과 정책을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이다. 노인들을 위해 마을이 달라지는 것이다.

신비롭게도 노인이 된다고 원하는 것이 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노인이 되면 더 적극적이며 더 돕고 도와주는 주체가 된다. 이제는 12년이 된 어르신들의 하루 놀이터 '언제나 청춘, 늘봄학교'에는 농촌 어르신 50여 명이 매주 모이고 있다. 결석이 거의 없고 교실 분위기는 뜨겁다. 

점심 시간 때 다녀오는 장보기 지원은 생기가 넘쳐난다. 장보기, 전기세 내기, 면사무소에 들러서 노인수당이 언제 나오는 지도 확인하고, 사회복지사에게 연탄을 줄 수 있는 지 물어보기도 한다. 노인이어서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원주 근교 농촌에서 새로운 꿈을 꾸며 노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마을 안에서 나이들기란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침대에서 기저귀를 차다가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라 내 이웃들과 함께 남은 삶을 축제처럼 지내는 일이다. 아프면 집에서 간호 방문을 받고 움직이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텃밭에서 용돈도 버는 귀농 공동 텃밭도 꿈꾼다.

그러기 위해 함께 살기 위한 공동생활가정을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함께 사는 울타리가 있으면 마을의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자식들의 죄책감을 덜고자 옮겨가는 병원이 아니라 나의 문제의 주인이 '나', 노인이 되는 것이다. 잊혀진 존재, 노인을 마을에 중심에 놓고 노인의 마을을 짓자. 그 과정은 분명 새로운 문화를 제시해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커뮤니티케어의 첫 번째 사업은 노인의 집수리 개선 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노인이 살기 좋게 집의 기능을 보강하고 환경을 개선해 접근권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이 사업은 집 내부로만 해석하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마을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노인이 마을의 주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원을 마을에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노인을 돌보기 위한 세대를 초월한 돌봄 자원들과 일자리들이 농촌에 들어서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노인의 마을 짓는 일을 다른 일에 양보할 수 없다. 노인의 지혜를 담고 삶을 존엄하게 즐기게 하도록 하는 작업은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열릴 것이며 보호받을 장치로 남을 것이다. 마을은 새롭게 디자인되고 새 생명으로 넘쳐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민관에서 시도되는 민관협의체의 협력과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기를 요구하는 바이다.


이쁜이 성공회원주나눔의집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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