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봉산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읍면동 순방에서 이동팔 전 시의원이 중앙로 폐철로 구간에 4차선도로를 개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봉산동 주민들, 4차선 도시계획도로 요구 고수

중앙선 폐철로 구간에 '치악산 바람길숲' 대신 4차선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요구하고 있는 봉산동 주민들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본보 10월 7일자 7면, 10월 28일자 12면 보도).

원창묵 시장이 바람길숲 옆으로 8m 도로 개설을 제시하고 설득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요지부동이다. 4차선 도로를 개설하지 않으려거든 아예 폐철로를 그대로 두고 바람길숲 사업을 중단하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23일 봉산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원창묵 시장 읍면동 순방에 참석한 200여 명의 주민들은 다른 지역 현안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원 시장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바람길숲 사업에 대한 성토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찬성 의견을 밝힌 주민도 있었지만 다수의 목소리에 묻혔다.

"바람길숲에 주민들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한 이동팔 전 시의원은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면서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바람길숲 대신 4차선 도로를 개설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주열 1통장은 "바람길숲은 주민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추진된 사업"이라며 "번재마을에서 행구동 수변공원까지 철로를 걷어내고 도로를 개설하라는 것이 주민들의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시장이 "교통량과 연결도로 현황, 주거환경 등을 고려할 때 4차선 도로 개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자 만일 추진한다면 시장이 탄핵받을 일"이라며 "오히려 도로가 상권을 양분시켜 지역 발전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시장님이 대통령보다 높다"는 비아냥과 "4차선 도로가 아니라면 퇴임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폐철로를 그대로 두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결국 2시간이 넘게 진행된 대화는 뚜렷한 소득 없이 마무리 됐다. 원 시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주민 대표들과 다시 논의하자"며 후일을 기약했지만 원주시와 주민들의 시각 차이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43명의 주민이 연명해 '주민의견을 왜곡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제출했다'며 전 행정복지센터 직원 A 씨를 고발할 계획이어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주민들은 "A 씨가 사석에서 주민 2명과 나눈 대화만으로 봉산동 주민들이 바람길숲에 찬성한다는 거짓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치악산 바람길숲은 원주역부터 행구수변공원까지 9㎞에 조성된다. 내년도 생활SOC사업에 반영되면서 국비 100억 원, 도비 30억 원, 시비 70억 원 등 200억 원을 투입,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철로를 걷어낸 뒤 나무를 심고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원주시는 봉산동 주민들이 4차선 도로개설을 요구하자 바람길숲을 따라 폭 8m 2차선 도로를 개설하겠다는 입장이다. 2020년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21년 착공, 2022년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지만 폭 25m 4차선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주장하는 봉산동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강경해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