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어느날, 우리 동네에 있는 반곡역사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마을 강사' 양성 과정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신청을 하게 되었고, 8월 말부터 마을 강사 양성 과정은 시작되었다.
 

 마을 강사 양성 과정은 도서출판 이음의 주최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첫 수업은 오현애 교육나눔협동조합 이사의'마을교육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주제의 강연이었다. 그 강연의 요점은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을 교육을 통해서 마을에 대해 알아가면서 마을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갖는 것이었고, 우리도 앞으로 '마을 강사'로서 아이들에게 마을 교육의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을 강사 활동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이어진 수업에서 박광식 원주역사박물관 학예사의 '원주 반곡동의 역사', 이전기 교동초 교사와 박영식 단구초 교사의 '반곡동 마을 교재 및 수업 안내자료', 이진숙 대원과학대 겸임 교수의 '꼬물꼬물 동그라미 밥상 반곡동'이라는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마을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수업을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필자가 살고 있는 반곡동에 대해서, 옛날부터 불려진 마을 이름과 그 유래, 길이름(도로명), 혁신도시에 대한 이야기, 혁신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된 유물 등 정말 많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선 필자가 먼저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감개무량했고, 이 귀한 감정을 아이들도 얼른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학교 다닐 때 시험 공부하듯 정말 열심히 '마을 공부'를 했다.
 

 사실 나는 서울 태생이고, 남편의 회사가 원주로 이전하게 되면서, 2년 동안 주말부부로 지내다가 2년 전에 원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원주, 반곡동이라는 이 마을에 오래 산 것도 아닌데, 애착이 많이 생겨 버렸다. 그 부분은 나도 좀 신기하다. 앞으로 정착하게 될 제2의 고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을까. 그래서인지 마을 강사 양성 과정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 거 같다.

 그러면서 마을에 대해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내가 살던 서울의 한 마을에 대해서도 이런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교육을 모두 다 듣고 나서 초등부, 유치부가 나뉘어 강사 개개인의 교안발표회를 거쳐, '원주역사박물관 소속 마을 강사' 타이틀로, 학교에서 현장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필자는 아이들과의 실질적인 소통을 하고 싶어서 초등부를 준비하게 되었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동료 강사들과 함께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풍성하고 완성도 있으면서 아이들의 흥미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준비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조금 지칠 법도 한데 어느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서로 의지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수업을 끝마치고 나서 서로의 후일담을 나누는 것도 다음 수업을 준비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드디어 봉대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반곡초, 버들초 순서로 초등학교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학교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은 모두가 같았고, 마을 교육에 대한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업에 집중하면서 흥미로워하는 아이들 덕분에 더 열정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었고, 4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마을에 대해서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았다는 아이들의 소감을 듣고 나니 뭉클하기까지 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마을의 새 이름을 각자 지어보게 했는데, 기발한 아이디어의 이름들이 넘쳐났다.
 

 마을 교육을 받은 마을의 아이들이 마을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자긍심을 갖고 살아간다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긍정적인 에너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을 교육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힘차게 달려볼 생각이다.

정광은 마을 강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