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때리지 마, 뇌세포 죽어서 멍청해져!' 어릴때부터 많이 들어오던 말이다. 뇌도 신체의 일부이기에 물리적인 손상을 입으면 세포가 파괴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뇌가 갖은 '수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뇌를 단단하게 둘러싸고 있는 두개골 덕분이다.
 

 두개골 내에는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신기한 물체가 마치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빙산처럼 존재하는데 바로 그 '스펀지'는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통제 및 관할하는 허브이다. 뇌에는 860억~1천억개나 되는 뉴런(신경세포)과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신경아교세포, 그리고 1천조개의 정교하고 정확한 시냅스 연결이 존재한다. 1.4kg 밖에 안되는 인간의 뇌가 '나'를 결정하다니 매우 신기하지 않은가.
 

 더 재미있는 사실은 AI(인공지능)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뇌'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뇌를 바꿀 수 있다' 라는 매력적인 문장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과연 우리는 뇌를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가소성(plasticity)이란 단어는 1890년 윌리엄 제임스가 쓴 『심리학의 원리』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그는 가소성을 '외부 영향에 굴복할 정도로 약하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무너질 만큼 약하지는 않은 구조를 갖춘 성질'이라고 정의했다. 신경가소성이란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뜻하며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총체적인 용어이다. 이 특성에 따르면 우리의 뇌세포는 생성 및 소멸되기도 하며 신경세포 모양의 변형과 부피 변화를 동반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진행된다. 
 

 

 우리가 기대하는 '뇌 성형'은 새로운 자극을 통한 시냅스 간극에서의 경이로운 변화 및 다른 뉴런과의 연결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으며 두 뉴런 사이의 '소통'은 영상기법의 발전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즉, 뉴런들 간의 신호 교환이 밝혀진 것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내원한 환자의 MRI를 판독해 보면 뇌의 혈관이 군데 군데 막혀 있다. 그리고 그 막힌 부분 주변에는 뇌의 '특별한 보상' 차원으로 매우 가는 신생 혈관들이 자라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혈관이 막힌 부분의 주변 뇌세포는 사망한다.
 

 뇌는 부위에 따라 처리하는 영역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부위의 조직 손상은 치명적인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꾸준한 재활 치료를 통해서 기적적인 일상활동이 가능한 사례를 자주 접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훈련을 통해 '볼'수 있다는 것은 특정한 부분의 손상이 있더라도 '학습'을 통하여 촉각의 시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의 뇌 영상을 보면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활동함'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상상'의 영역이란, 이처럼 경험하지 못한 감각들이 각 신경계에서 서로 교류를 통해 만들어지는 무한대의 공간이 아닐까.
 

 최근 번역된 『신경가소성-모헤브 코스탄디』이란 책에서는 뇌가 고정불변의 그 어떤 것이 아닌, 유전과 인생 경험과 환경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희망적으로 말해준다. 뇌를 리셋(reset) 하고 싶은가?  그 이유가 무엇이든 끊임없는 '자극' 과 '훈련' '학습', 그리고 그것을 버틸 수 있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왜 뇌를 바꾸고 싶은가?' 라는 보다 더 궁극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육체)와 나의 뇌를 좀 더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나의 유전자와 경험의 합작품이다. 경험의 빈도와 강도에 따라서 나도 모르게 뇌 속의 뉴런들이 내 머릿속에서 구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나게 여행을 다니며 어제와 또 다른 '나만의 뇌'를 만들어 간다.
 

 뇌는 복제 불가능한 '나다움'의 산물이다. 순간순간 변하는 우리의 뇌를 통해서 우리의 인생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는 것은 꽤 긍정적인 성과 아닌가. 끝으로 이 책의 저자는 "각자의 뇌는 매우 특별하고 엄마의 자궁에 있을 때부터 경험한 바에 따라 맞춤 제작되어 오늘날 우리가 요구하는 것에 응한다. 그러므로 신경가소성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그리고 각자를 다른 누구와도 다르게 만드는 핵심에 자리한다." 말했다.

정문영 예쁜약국 약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