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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55.5세 아재 국회

82년생 김지영이 92년생 김지영으로 이어지는 가부장적 사회는 '55.5세 중년 남성들의 정치'가 낳은 결과 용정순 (전)원주시의원l승인2019.12.09l수정2019.12.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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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6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개최 예정되었던 <지역구 30% 여성의무공천 입법 촉구대회>가 긴박한 국회 상황으로 인해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치 이래저래 치이고 후순위로 밀리는 '여성정치'의 옹색한 처지를 보는 듯해 마음이 불편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지역구 30% 여성할당의무화' '남녀동수의회' 등 성평등한 정치를 만들기 위한 논의들이 있었지만 또 다시 '긴박한 국회 일정'에 밀려 그 무엇도 약속받지 못한 채 각 당에서는 최소한의 할당을 겨우 메워 선거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정안이 다른 패스트트랙 의안과 함께 첨예한 정치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할당을 이야기 하는 게 염치없고 사리분별 못하는 '여성이기주의'처럼 여겨지고 있는 듯한 정황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선거 시기마다 각 당과 지역 그리고 의원 개개인 간의 다양하고 치열한 이해관계 속에 정치 소외 집단의 대표성 확대를 위한 논의는 구색 맞추기에 그쳐왔다.
 

 1948년 5월 10일. 첫 선거를 통해 구성한 제헌국회는 남성만으로 출범했다. 1949년 보궐선거에서 안동 임영신 의원이 첫 여성 국회의원이 됐고 67년이 지나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성 국회의원이 51명(17%)이 됐다. 지방선거를 보면 1952년 4월 25일 최초로 실시한 시·읍·면 의회 의원 선거에서 부산시의회의 허무인 의원이 최초 여성지방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66년이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1천68명(26.8%)의 여성을 배출했다.
 

 70년 동안 늘어나긴 했지만 2018년 세계경제포럼의 세계 성 격차지수로 봤을 때 한국의 성 격차는 149개국 중 115위이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원 83%, 광역단체장 100%, 기초단체장 96%, 광역의회의원 80.6%, 기초의원 69.2%가 남성이다.
 

 그나마 국회와 지방의회에 여성 정치인의 비중이 이 정도라도 가능했던 건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덕분이었다. "39-41-47-51" 비례대표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여성의원수의 변동이다.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16대 국회 여성의원은 19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15대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여성의원 숫자가 2000년 16대 총선부터 두 자리 숫자로 늘어나게 된 건 비례대표 여성 30% 할당제를 도입했기 때문이고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여성 할당을 50%로 늘리고 교호순번제를 도입하자 39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 뒤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지면서 여성의원 숫자가 점점 늘고 있으나 이같은 속도라면 남녀동수 국회가 되기까지 앞으로 66년이 걸릴 거라고 한다.
지방의원의 경우도 여성의원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 건 2006년 정당공천제도 도입에 따른 비례대표제도의 실시이다. 초기 전국동시지방선거 여성 당선자 비율이 2.2%, 2.2%, 3.2%였는데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된 2006년에 13.7%로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26.4%로 늘어났다.
 

 여성할당제가 적용되지 않는 광역단체장이나 기초자치단체장의 여성 비중은 광역단체장 0%, 기초단체장 3.5%에 불과한 수치로만 봐도 남성중심적인 한국정치 구조 속에서 할당제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억압받는 집단이 자신의 대표를 직접 내보내지 않는 한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중년 남성 지배적인 정치구조는 민주주의의 본질인 자기 통치의 원칙과 남성의 초과잉 대표라는 현실 간의 모순을 낳고 있다.
 

 지연, 학연의 연고주의는 각종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정치 불신을 낳고 있다. 여전히 금융권·공기업 등에서 조차 채용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해 여성을 탈락시키는 차별이 버젓이 자행되고, 82년생 김지영이 92년생 김지영으로 이어지는 가부장적 사회는 '55.5세 중년 남성들의 정치'가 낳은 결과이다.
 

 정치 영역에 여성이 더 많아지고 젊은 세대가 더 많아져야 변화가 가능하다. '지역구 30% 여성할당'을 '권고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은 남성초과잉 대표라는 왜곡된 정치 지형을 바꾸고 균형 잡힌 민주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용정순 (전)원주시의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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