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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복지국가'

나눔과 복지국가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이제 우리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해법은 '더 내는 것' 이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하면 너무 도발적인가? 유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l승인2019.12.02l수정2019.12.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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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국가'는 추상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이지만 매우 친숙한 용어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풀이할 수 있겠지만,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복지국가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사람도 예외없이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책임지고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행복한 국민은 어떤 국민인가? 추상적이지만, 자문자답하면 손쉽게 설명된다. 우리는 언제 행복했는가? 배고플 때 밥을 먹을 수 있고, 잠올 때 잠잘 수 있으며, 편히 쉴 공간이 있으면 행복하지 않던가? 이런 경우를 인간의 기본욕구가 충족되었을 때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기본욕구가 채워지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한다.
 

 1940년대 복지국가의 초석을 다듬은 영국의 베브리지(Beverdige, W)는 국가가 국민최저선(national minimum)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복지국가는 전 국민의 기본욕구를 충실히 채우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기본욕구 보장에 그쳐서는 안된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국가들은 기본욕구를 넘어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복지정책(better policies for better life) 구상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복지국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과 영향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의 복지국가를 만들게 된다. 복지국가는 전 국민의 기본욕구 보장에 그치지 않고 더 광범위하고,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 경제 자원을 재분배하게 되는 데, 이 과정이 매우 정치적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복지우호적인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한다(이와 관련해서 또 다른 지면을 통해서 다루겠다).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는 데 전통적인 사회적 규범 외에도 제도와 규정이 필요한 데 그것이 고도의 정치활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복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복지에 대한 전문지식을 동원하지 않아도 쉽사리 이해될 수 있는 문제만 살펴보자. 국민기초생활보장법(국기법)에서 부양의무자 폐지가 여전히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곤란이 가장 큰 빈곤층을 대상으로 작동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 제도이다. 그런데,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해 여전히 많은 빈곤층이 빈곤정책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네 모녀', 인천 '계양구 일가족' 사망 사건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발생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나름 복지전망을 갖고 대응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를 위시하여 부양의무자기준 철폐를 위한 숱한 외침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한정된 자원'의 문제이다.
 

 우리 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짧은 시간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전국민에게 보편적 건강보장을 제공한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본인부담에 대한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62%에 그치고 있는 낮은 보장률 때문인데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보장률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문재인 케어를 통해 보장률 70%이상을 목표하고 있지만 한참 멀었다. 역시 '한정된 자원' 때문이다.
 

 모든 복지'문제'는 해법이 있다.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복지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면 전 국민이 행복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해법이 문제다. 복지국가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여 만들어진다 했으니 한정된 자원의 크기를 늘려야 하는 데 이는 오롯이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의 복지국가 국민은 우리가 모르는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오늘의 복지국가를 누리고 있는 게 아니다. 스웨덴만 해도 국민총생산의 47%에 해당하는 비용을 세금을 내고 있다(우리는 2019년 조세부담률 19.6%). 국민이 내는 평균 소득세율 31%이고, 최고 높은 소득세율은 무려 60%이고 가장 덜 내는 사람도 29%를 내고 있다.
 

 더 내지 않고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 내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다. 그런데 스웨덴 국민은 전 국민 건강보장을 위해 복지세금 인상이나 현 수준 유지에 75% 국민이 찬성하였다. 우리는 문재인 케어(보장성 확대)에 63% 찬성하지만 찬성한 이들 중 보험료를 더 내겠다는 사람은 45%에 그쳤다.

 나눔과 복지국가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이제 우리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해법은 '더 내는 것' 이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하면 너무 도발적인가? 물론,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온갖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이다.


유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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