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철도로 인해 토지가 강제로 잘리고, 아기자기 편안하게 살던 자연마을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제가 사는 행구동뿐만 아니라 중앙선 철로가 지나는 모든 마을이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연탄 기차가 희뿌연 연기와 경적을 내뿜으며 소름 돋치게 운행한 지나간 세월입니다. 전기 기관차로 바뀌고서도 덜컹덜컹 요란스러운 소음과 진동으로 철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고통은 철로 주변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요란스럽게 기적을 울리고 지나가면 어린이나 임산부는 공포심을 느껴야 했습니다. 멀찍이 서서 바라보면 정겨운 풍경이 삶 속으로 들어와서는 고통 같은 존재였습니다. 중앙선 철도가 우리에겐 그런 존재입니다.
 

 중앙선 철도와 인접한 곳에 농토를 가지고 있는 농민들은 여기에 덧댄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농민들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이제껏 묵묵히 국민을 위한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주력해 왔습니다. 농번기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농촌이 고령화돼 마을 어르신 혼자 농사를 지으면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농사 짓는 친인척도 도와야 합니다. 그래서 농번기에는 허리 펼 날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농부이면 가족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그 흔한 단풍놀이 한 번 가본 적이 없습니다. 동네에 있는 공원가는 것조차 시간을 못 내는 일벌레들입니다.
 

 원주-제천 복선전철이 개통하면 현재 기차가 다니는 중앙선은 폐선이 됩니다. 그래서 원주시는 원주역부터 행구수변공원까지 철로에 치악산 바람길숲을 만든다고 합니다. 철로를 철거하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든다고 하는데, 농민 입장에서 보면 산책로나 자전거도로는 치악산국립공원 둘레길, 동네 공원 등을 활용해 설치하면 된다고 봅니다.
 

 농사 짓는 환경 중 농로는 매우 중요합니다. 농기계를 빌려서 농사를 짓는데, 농로가 없어서 일의 능률이 떨어집니다. 몇 시간이면 할 일을 하루 혹은 이틀이 걸리기도 하다 보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요즘 자가용은 흔합니다. 그런데 농사를 짓는데 있어 자가용이나 농기계가 진입할 수 없는 맹지가 너무나 많습니다.

 불편해도 이제껏 감내하며 살아왔습니다. 지근거리에 있는 농지도 빙 돌아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치악산 바람길숲이 필요하다면 철로 중간에 설치하고, 철로 가장자리에는 농로를 신설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중앙선 폐선 활용방안 속에 농로 신설을 포함하는 것은 그간의 피해보상 차원에서도 반드시 이행돼야 합니다. 원주시에서 적극 추진하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