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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과 누나

심할 때는 앉은뱅이가 다 되었던 만성 노숙인을 일어나게 하는 누나의 힘은 이렇게 컸습니다 . 곽병은 밝음의원 원장l승인2019.11.04l수정2019.11.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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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갈비탕을 맛있다며 들었습니다. 집사람과 자주 가는 갈비탕집인데 그들도 좋아했지요. 누나는 이번 한국에 와서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이라 하고, 용기(가명) 씨는 또 와야겠다며 웃음을 짓습니다.
 

 용기 씨가 7살 때 12살인 누나는 자식이 없는 고모를 따라서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어요. 지금 누나가 환갑이니 48년 전이군요. 10여 년 전 어느 날 브라질에서 부부의원으로 전화가 왔지요. 혹시 용기 씨를 아느냐고 용기 씨를 찾는 누나의 전화였어요. 용기 씨는 다리 밑에서 지내며 십시일반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고 있었고 얼마 전에는 노숙인쉼터에서 생활도 하고 또 월세 방도 얻어주고 해서 잘 아는 노숙인이었지요.
 

 누나는 원주에 와서 30여 년 만에 쌍다리 밑에서 동생을 만났어요. 술에 취해 일어나지도 못하는 걸인 모습의 동생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누나는 시내 모텔로 동생을 데리고 가서 목욕시키고 밥 사 먹이고 10여 일을 같이 지냈어요. 누나는 매일 울었지요. 동생 데리러 다시 온다는 말을 남기고 브라질로 떠났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려서 아버지 따라 서울에서 원주로 이사 와서 살았습니다. 용기 씨는 아버님마저 돌아가시자 차에 건어물을 싣고 다니며 장사를 했어요. 오래 전 원주에 큰 홍수가 난 적이 있었는데 용기 씨는 원주천 둔치에 차를 대고 차 안에서 자다가 물건이 가득 실린 차를 홍수에 떠내려 보내고 졸지에 빈털터리가 되었답니다. 돈과 신분증이 든 지갑도 모두 같이 잃었지요.

 자신은 간신히 탈출했지만 일을 못할 정도로 허리를 다쳤어요. 몇 개월 뒤 용기 씨는 원주역전이나 다리 밑에서 노숙을 해야 했고 결국 술 중독의 만성 노숙인이 되었지요. 오랜 동안 술만 먹고 밥을 안 먹고 운동도 안 해 몸이 약해져서 크러치를 짚거나 전동휠체어를 타야하는 장애인이 되었어요. 그리고 누나는 브라질 고모님 집에서 살며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었고 의사부부 가정을 이루었지요.
 

 30여 년 만에 부랑인 동생을 만난 누나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누나는 약속대로 몇 년 전 동생을 브라질에 데리고 갔는데 동생은 1년도 못 살고 다시 한국으로 왔지요. 좋은 집에서 잘 먹고 편히 살아도 갑갑해서 못 살겠대요. 자유로운 다리 밑이 더 좋았나 봅니다.
 

 이번에 동생이 연락이 안 된다고 걱정이 되어 30여 시간 먼 길을 또 찾아 온 것이지요. 오늘 제가 점심을 사드렸어요. 둘은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피붙이가 됩니다. 누나한테 그래도 찾아올 수 있는 동생이 있어 좋으시겠다고 그리고 동생에겐 먼 곳에서 찾아오는 누님이 있어 얼마나 좋으냐고 얘기를 했습니다.

 용기 씨가 오늘 크러치만 짚고 성큼성큼 식당에 걸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주로 전동휠체어로 이동하고 크러치를 짚고 이렇게 먼 거리를 잘 걷는 것은 최근 처음 보았거든요. 누나가 와서 잘 걷는다고 말했지요. 앞으로 수영장에 가서 운동도 하기로 했어요.

 근육을 안 써서 몸이 약해진 것이니까 운동하면 예전 같이 잘 걸을 수 있다고 했어요. 심할 때는 앉은뱅이가 다 되었던 만성 노숙인을 일어나게 하는 누나의 힘은 이렇게 컸습니다.
누나는 내일 브라질 행 비행기를 탄대요.


곽병은 밝음의원 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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