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아마 이발사 될걸요"

명륜2동 삼성이용샵 홍인기(67) 대표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1969년 이용업계에 입문해 2008년 원주 최초로 이용기능장이 되었고, 지난 10일엔 강원도명장 이용부문 제1호로 선정됐다.

반백년 이용업계에 종사하면서 품질공정 개선, 기술세미나 기술지도에 헌신을 쏟은 결과였다. 이러한 노력은 그의 경력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국·지방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이용사 자격 심사위원 등으로 수차례 활약했기 때문.

강원도엔 딱 4명밖에 없는 이용기능장도 그의 지도로 10명이나 배출됐다. 홍 대표의 제자들이 그 제자들에게 이용기술을 전수하니 가히 업계 대부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 그가 이용업에 뛰어든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4대 독자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 건물에 이용원이 들어왔는데 한두 번 놀러간 것이 인연이 됐다.

홍 대표는 "어머님이 교사였지만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며 "이용원에 놀러가 청소해주고 사탕을 받곤 했는데 그 재미로 이용기술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귀하디귀하게 자란 그가 이용사 보조로 일하니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다.

머리 감을 물을 떠오기 위해 물동을 지고 수백 미터를 오갔던 일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당시엔 힘든 줄도 모르고 기술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1974년 정선 탄광촌에서 생애 첫 번째 가게를 개업했다. 석탄산업이 활기를 띠었을 때는 이용원이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이용 기술자도 여럿 거느릴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결국 1991년 원주삼성아파트 상가 건물로 이사와 지금까지 샵을 운영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이용업계에 종사하니 단골손님이 많은 편이다. 정선에 사는 40년 고객은 지금도 원주까지 찾아와 머리를 깎고 있다. 그 고마움에 홍 대표도 가끔씩 정선에 건너가 머리를 다듬어 주고 있다.

또 다른 단골은 학교장으로 근무하는데 홍인기 대표 외에 다른 이발사는 절대 찾지 않는다고 한다. 급하게 주례 청탁을 받아 다른 이에게 딱 한 번 머리 손질을 맡겼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약속한 주례를 다른 이에게 넘겼다고 했다.

홍 대표는 "손님들 대부분이 20년 이상 단골"이라며 "꾸준히 우리가게를 찾아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명장에 오르기까지 어려움도 수차례 겪었다. 가장 큰 고난은 올해 받은 림프종 진단. 갑작스러운 암 진단 소식에 그와 가족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병환 중이라도 가위를 들고 싶다는 열정 때문이었는지 지금은 거의 완치된 상태이다.

"나에게 이용사란 직업은 천직"이라는 홍 대표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가위를 들고 싶다"며 "10년 후엔 가게를 경로당으로 전환해 노인들에게 이용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