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파트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택관리사 제도를 도입한 지 30여 년이 흘렀다. 아파트가 우리나라 주거형태 중 60%를 넘어선 보편적인 주거시설로 자리잡아온 만큼 아파트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관리사무소장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권경호 요진보네르카운티 관리사무소장은 원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주택관리사로 근무한 인물이다. 그는 입주민들로부터 소위 '하인' 취급을 받았던 초창기 시절부터 아파트의 '만능해결사'로 자리 잡은 현재까지 아파트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권 씨가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된 건 군 제대를 앞두고 복학을 고민하던 때였다. 신문에서 장래 각광받는 직업으로 소개된 주택관리사에 관심을 갖고 제대 후 본격적으로 공부해 1990년 제1회 주택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삼척에서 나고 자란 그는 첫 근무지인 춘천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업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 28살의 젊은 청년이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파트 공동수익에 대한 비리가 공공연히 일어났으며, 관리비를 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권 소장은 "근무 초창기에는  입주민들의 입김에 관리사무소장 자리가 위협을 받던 시절이었다"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종처럼 부리는 인식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95년 지인 추천으로 원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 그는 오자마자 대한주택관리협회 원주지부 초대 지부장을 맡게 된다. 10명 남짓한 관리사무소장 중 그가 가장 젊었기에 심부름을 떠 안 듯이 맡은 자리였다. 지부장을 맡은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원주와 횡성의 아파트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아파트 가족 체육대회'를 기획한 일이었다. 올해로 25년째 개최되고 있는 행사로 힘든 처우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만든 전국에서 유일한 행사였다.

또한, 공동주택 종사자 또는 입주민 중 불우한 환경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한 '나눔의 밤' 후원행사와 독거노인 돕기 등 꾸준히 봉사활동으로 지난 2007년 원주시자원봉사자대회에서 원주시의회 의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시설 안전 점검 및 관리업무 지원사업을 꾸준히 지원하는 등 지금까지 3번의 지부장을 맡으며 원주지부의 기틀을 마련했다.

1995년부터 원주에서 근무한 그는 지금까지 4곳의 아파트에서 근무했다. 근무경력에 비해 옮겨 간 아파트가 적은데 이는 평균 1년2~3개월을 버티기 어려웠던 주택관리사의 근속기간과 달리 한 곳에서 꽤 오래 근무한 것을 보여준다. 현재 근무하는 무실동 요진보네르카운티 아파트에서는 2006년부터 14년째 근무하고 있다.

권 소장은 요진보네르카운티 아파트 부임 당시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없어 엉망이었던 단지를 보고, 직접 분리수거장을 설계해 설치하면서 주민들에게 높은 신임을 얻었다. 신규 아파트 입주 때마다 하자보수 문제로 입주민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으며 소송까지 이어질 뻔 했던 상황을 그의 조율로 해결했던 많은 사례들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들이다. 

그는 개인주의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에서 갈등과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단절된 구조였던 아파트가 최근 들어 공동체 주거생활을 강조하며 설계 시 공용시설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휘트니스 센터와 도서관, 돌봄방 등을 조성하며, 단지 지상에는 주차공간을 줄이고 녹지 공간을 넓혀 입주민들의 동선이 겹칠 수 있도록 만들어 알뜰시장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2016년 요진보네르카운티가 '에너지절약 100만 가구운동'에 동참해 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주민들의 화합과 이웃 간 독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 소장은 "남은 임기까지 입주민들이 아파트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운영에 힘쓰겠다"며 "입주민들 역시 작은 일부터 이웃을 배려한다면 행복한 공동주거문화를 이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