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지난 27일 상지대에서 강원도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사회적경제 대출 현황 보니…
작년 3천 건·2천500억 원·1곳 당 1억1천만 원 수준…주택담보대출액보다 낮아

사회적경제 자조기금 생기면…
은행보다 대출 상대적 쉬워 기업 운영자금 적시 조달…정부도 정책 마련 추진 중

사회적금융은 회수를 전제로 사회적 경제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활동이다.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에 투자·융자·보증 등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금융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사업 자금을 빌리려 해도 쉽게 대출을 허락하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조사한 은행권의 사회적금융 자금공급 현황은 2017년 2천304건 2천527억 원, 2018년 2천986건 3천424억 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사회적 경제기업의 은행 대출규모가 1건당 1억1천만 원에 그쳤다는 뜻이다. 

원주 A사회적기업 관계자는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여러 은행을 방문했는데 대부분 거절당했다"며 "일반중소기업보다 대출심사가 까다롭고 대출 규모도 개인 주택담보대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 은행권의 사회적 경제기업 자금 지원 현황

상황이 이러하자 최근 원주에서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중개기관 설립'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의 자립을 위해 미소금융재단이 활동하는 것처럼 사회적 경제조직을 위한 별도 금융기관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관계자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필요에 부합한 중개기관 육성을 위해 최근 도 단위의 TF팀이 구성됐다"며 "기관이 설립되면 자조기금을 운영해 사회적 경제조직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TF팀에는 강원도신용보증재단, 한국사회혁신금융(주),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기금위원회, 강원랜드희망재단, 춘천가톨릭신협, 원주밝음신협,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단법인 강원살이, 강릉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상지대, 강원도청 사회적경제과,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각 기관의 수익금 일부를 출자해 사회적경제 자조기금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원주밝음신협이 지역 사회적 경제조직에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모델이다. 밝음신협은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년 수익금 일부를 공제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이를 통해 7개 기관에 1천100만 원을 지원했다.

TF팀은 이외에도 ▷사회적금융 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 ▷재무금융 컨설팅을 통한 자금조달 활성화 ▷사회적금융 상품개발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육성(중장기 과제) 등을 활동 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아직 초창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지역 사회적 금융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 중개기관 설립 밑그림이나 사회적경제 자조기금 조성은 중장기 단계에서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 27일 열린 사회적금융 포럼에서 기금 조성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상당수 제기됐다"면서도 "중개기관 설립은 빨라야 내년에나 밑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 시급

한편,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적 논의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협동조합 우선출자제도나 신협의 사회적금융 역할 증대 계획이 대표적이다. 협동조합 출자금은 조합원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자금으로 인식되어 있다.

때문에 자본금이 아닌 부채로 간주되어 시중은행으로부터 융자에 어려움이 많다. 협동조합은 지난 2014년 중소기업기본법 제정으로 중소기업의 지위를 갖게 됐다. 하지만 주식회사와 다른 고유한 특성들로 여전히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정부는 협동조합 내부자금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우선출자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잉여금 배당에서 우선적 지위를 갖되 의결권과 선거권이 없는 우선출자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다.

정부 안은 자기자본의 40% 이내에서 우선출자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배당률은 정관에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되면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은행 역할도 기대해볼 만하다. 올해 초 신협중앙회는 ▷사회적경제 지원기금 200억 원 조성 ▷300억 원 규모의 사회적 경제기업 저리대출 ▷사회적경제기업 전용상품 다양화 등의 사회적경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사회적경제 대출규모를 1천억 원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 신협중앙회가 추진 중인 사회적금융 활성화 계획.

실제로 신협에서 시행한 상생협력대출의 57.1%는 협동조합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협동조합이나 연대 기금을 통한 타인자본 조달이 기존 은행보다 바람직하다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관계자는

"이러한 관점은 농협이나 신협의 역할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형성하게 했다"며 "국회에서는 신협중앙회가 사회적경제 지원기금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신협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고 말했다.

자활기업을 위한 사회적경제 금융 활성화도 논의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자활기업 규모화 지원, 자활기금 활용 개선계획 등을 담은 자활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223개 지자체에 4천억 원 가까이 적립된 자활기금을 자활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자활기금은 기금손실 우려와 까다로운 규정 등으로 자활현장의 실제 요구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자활센터에서 지자체의 기금심의를 대행하거나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융자보증을 강화하는 대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