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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남옥현 부부

경력에서 우러나온 손맛 동네 '최고' 서연남 시민기자l승인2019.10.07l수정2019.10.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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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년째 태장동에서 기름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희·남옥현 태장기름집 대표.
햇볕에 잘 말린 빨간 고추가 고춧가루가 되고, 들깨가 들기름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불혹이었던 이 대표 부부는 고희를 바라보고 있다. 이 대표 부부가 기름집을 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동네 방앗간에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나가던 남 대표가 방앗간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다른데 보다 일당이 비쌌고, 며칠을 나가봐도 손님이 많았다.
 

 생각지도 않게 남 대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방앗간 주인이 가게를 그만두게 됐고 1주일가량 인수인계를 받고 주인이 됐다. 24㎡에 고춧가루 빻는 기계 3개, 기름 짜는 기계 1개를 놓고 시작했다. 주인이 사용하던 기계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목돈이 없다 보니 3년간 월 40만원 씩 갚았다. 당시만 해도 월 40만원이면 꽤 큰 돈이었지만 남 대표는 망설임 없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당시만 해도 태장동에 기름집이 2곳밖에 없어 손님이 꽤 많았다. 새벽 4시에 문을 열면 이미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했다. 고추나 들깨, 참깨를 맡기고 다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손님이 있으니 여유롭게 밥 먹는 건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모든 기계가 자동화 돼 있어서 온도 등이 자동으로 맞춰지지만 남 대표가 처음 방앗간을 할 때는 '감'으로 해야 했다. 특히 들깨나 참깨 기름을 짤 때는 회전 날개가 있는 큰 솥에 넣고 냄새와 수증기를 보며 판단해야 했다. 그러다 시간을 잘못 맞춰서 깨를 태운 적도 있고 너무 많이 볶아서 배상해 준 적도 있다. 들깨 볶는 뜨거운 회전 날개 판에 팔을 데이며 요령 피우지 않고 열심히 했다. 고된 일이었지만 재밌었다.
 

 "옛날 사람들은 질보다는 양이 중요해서 들깨, 참깨를 높은 온도에서 볶은 다음 짰다. 지금은 양이 적더라도 좋은 기름을 원하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볶는다. 이제는 양보다는 질이 우선인 시대"라며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 해 주는 남 대표.
기름집만 하다 10여년 전부터는 떡도 같이 하고 있다. 단골 손님들이 왜 떡을 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와 용기를 냈던 것. 떡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가래떡과 백설기다. 간이 적당히 잘 맞아야 하고 물의 양을 잘 맞춰야 쫄깃한 떡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해도 쌀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철학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토토미를 주로 사용한다.
 

 "팥 시루떡을 했는데 가운데가 덜 익어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위에는 분명 잘 익었는데 가운데 부분이 안 익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팥시루떡은 뜨거운 김 조절을 잘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 한 것"이라며 10여 년 전을 회상하는 이 대표.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당혹스러웠다.
 

 기름집 하며 못 받은 돈도 꽤 많다. 기름을 짜고 돈을 깜빡하고 안 가져왔다며 갖다 준다고 간 이후 안 오는 사람은 물론 급하니 기름 한 병만 우선 달라고 하고는 돈을 안 주는 사람도 많다. "사정이 있을 거다. 일부러 돈을 안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이 대표. 넉넉한 인심이 지금까지 동네 기름집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비결이다.
 

 기름집이 가장 바쁠 때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김장과 장 담는 고춧가루를 빻는 손님이 가장 많고, 한 해 농사지은 깨로 기름 짜는 일도 많기 때문. 일반적인 고춧가루는 고추를 골로라, 평로라 등 기계에 10회 정도는 거쳐야 하고 장을 담는 고춧가루는 20회 정도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 대표 부부가 30여 년 간 태장동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기름 한 방울이라도 정직하게 짜는 성실함과 경력에서 우러나온 손맛이 있기 때문이다. 24㎡에서 시작해 82㎡로 확장해 기계도 더 늘렸다. 옛날만큼 손님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농산물을 들고 찾아오는 동네 주민들이 있어 이 대표 부부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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