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근무하면서 우리 지역에 대해 수업을 계획하고 지도할 때 원주에 연고가 없던 저 역시 우리 지역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에 충분히 알려주지 못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교동초등학교에 근무하던 2017년 명륜동 도시재생사업에 참가해 우리마을 보물지도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학교주변 마을을 탐험하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살아 있는 이야기가 있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한 아이가 하나님의 교회 건물을 향교로 알고 있었다고 멋쩍게 웃으며 이야기했을 때 전 살고 있는 내 고장에 대한 체계적인 지역화 수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8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수집한 마을의 이야기와 아이들의 탐험기를 주제로 마을 동화책을 제작하였습니다.
 

 2019년 올해는 마을의 범위를 확대하여 원주의 숨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했습니다. 뜻을 모았던 문화의 거리 상인회, 단구초 홍보람·채주현, 치악초 박찬수, 교동초 이전기,버들중 양승훈, 문막고 정의진 선생님들과 원주교육청 황재연 장학사님과 함께 문화의 길이라는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였습니다.
 

 원주는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크게 중앙시장, 자유시장, 풍물시장으로 연결되는 재미있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이라고 하는 곳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지금까지도 숨쉬고 있는 공간입니다. 보물 같은 이 곳에 익숙해서 또는 자세히 보지 못해 지나쳤던 장소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원주를 살아가고 발전시킬 수 있는 미래의 주역들에게 꼭 알려주고 뜻깊게 생각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이야기를 모임에서 나누었습니다.
 

 저 또한 이름만 들어봤던 원주선언과 지학순 주교님의 뜻을 좀 더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밝음신협이 만들어진 배경과 협동조합의 성지가 원주라는 것 역시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라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일 신기했던 경험은 근무하는 단구초 급식실의 서예작품이였습니다. 누군가의 작품이구나! 하면서 급식을 먹을 때마다 지나쳤던 작품이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지난 시간 주변에 있었지만 알지 못해 가치를 몰랐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미안함이 생기는 순간들이였습니다.
 

 특히 원주시에서 마을공동체사업 일환으로 지원해주시면서 원주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흔적과 삶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문화의 거리 상인들께서 인터뷰를 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가게를 운영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자신의 일에 대한 소신도 들려주셨습니다. 저희반 학생의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중앙시장의 소고기집에서도 지난 세월의 이야기와 재미있는 일화는 가게를 이해하는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상인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또한 문화의 길 해설사분들의 알찬 해설 덕분에 재미와 의미 모두를 잡는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원주 역사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어  물리적인 제한 조건과 행정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선생님들과 장학사님 그리고 상인회분들의 도움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원주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활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영식 단구초 교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