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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한 지역사회 만들어 가는 민우회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맞서는 사람들이 세상의 변화를 만든다. 지역사회의 더 큰 변화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20년 기대 용정순 원주여성민우회 초대 상임대표l승인2019.09.02l수정2019.09.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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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이 워킹맘이었던 이들은 민주적이라는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여성은 회계나 허드렛일 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책임자로 인정하는 게 인색하더란다.
 

 여성은 수년째 일해도 직책이 없더니 남성 활동가가 새로 오니 없던 국장 자리를 만들어 주더라는. 아이를 낳고 나니 세상과 단절된 외로움과 절망감을 견딜 수 없고 활동 자체가 좋아 최저임금도 안되는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땐 배제시키고, 여성은 저임금을 주고도 부릴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점.

 진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가서도 쉬지도 못한 채 저녁을 차리느라 동동거리는데 남편은 아이조차 돌보지 않을 때 밥상을 뒤집어엎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고백. 아직은 남편과 가사분담이 잘되고 있는데 아이를 낳고 나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그녀들의 이야기는 마치 20년 전을 데쟈뷰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헤어질 때마다 울고불고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떼어 놓고 한 달 10만 원도 안되는 활동비를 받으며 원주여성민우회 창립하고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임신, 출산, 육아와 함께 세상으로부터 단절된듯한 고립감과 이런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것은 부당하며 여성 스스로 여성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과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 후배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일일이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민우회는 지난 20여 년간 폭력으로부터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상담활동과 여성차별 근절을 위한 캠페인 활동,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여성리더 양성을 위한 민우여성학교 등 교육 활동, 일상 속의 성차별 개선을 위한 평등명절 만들기, 회식문화 바꾸기, 기꺼이 불편해지기 캠페인은 물론 시청에서 거리에서 어디든 부당하고 성차별적이며 여성권익을 침해하는 일엔 쌈닭처럼 앞서서 싸우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보육조례제정 활동,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경력단절 여성 실태조사와 정책제언, 고교통학버스 도입 등 여성의 삶과 밀접한 사안을 정책 의제화하고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나갔다. 특히 "예산에도 성이 있다"라는 이슈를 제기하며 수년간 원주시의 여성정책과 예산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해 온 활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성인지예산서' 작성 의무화,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 마련이라는 법령의 제정에까지 이룬 활동이기도 하다.
 

 열악한 재정여건과 낮은 회원 참여 그리고 잦은 상근 활동가의 교체 등으로 인해 차라리 민우회를 닫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위기를 맞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20년을 버텨 온 것은 그간 헌신해 온 활동가들과 회원들의 애정과 참여 덕분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생활자로서 여성들의 감수성과 경험이 배제되거나 주변화 되지 않고 존중받고 의제화 되는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민우회를 통해 원주의 여성들이 세력화 되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필요성 때문이었다.
 

 20년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고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오늘도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관행과 부당함을 보고 겪고 맞서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우리 일상 속의 차별과 부당함 그리고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이 사라지지 않은 한 세상은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맞서는 사람들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지역사회의 더 큰 변화를 만들어 가는 민우회의 새로운 20년을 기대한다.


용정순 원주여성민우회 초대 상임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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