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유투브 인스타그램

피플-페미니스트 교사 이우혁 씨

"아이들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도록…" 박수희 기자l승인2019.09.02l수정2019.09.02 09:2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원주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이우혁(28) 씨는 보기 드문 남성 페미니스트 교사이다. 지난해 전교조 강원지부 여성위원회 구성에 참여해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전국 페미니스트 교사 모임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사회에서 정해진 성 역할에 스스로를 가두는 아이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기 위해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기르며 몸소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그는 보수적인 교육현장에서 외롭지만 용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년차 신입교사인 그는 임용시험을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페미니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 씨가 페미니즘에 대해 본격 공부하게 된 계기는 그 무렵 만난 여자친구와의 잦은 의견충돌 때문이었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여자친구의 논지를 제대로 반박하기 위해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한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씨는 "잘못된 사회 구조에서 느끼는 여성들의 공포심과 부당함이 남성들과 달리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현 사회 구조에서 피해를 보는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인권을 높인다면 다른 분야의 인권 향상도 자연스럽게 이뤄질거란 생각에 페니미니스트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페미니즘 교육에 대해 논의하며 다양한 교과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6학년 담임교사를 맡으면서 학생들과 함께 인권 동아리 활동을 진행한 그는 페미니즘에 대한 강요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인권과 성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진다.

예능이나 드라마 속 남녀 역할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거나 각자 관심 있는 분야의 인권 존중에 대해 생각해보고 직접 피켓 문구 만들기를 통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난해 학교에 두 차례 치마를 입고 등교한 것 역시 아이들에겐 흥미로운 논쟁거리가 됐다. "남자가 왜 치마를 입어요?", "하이힐도 신고 화장도 하세요" 등 비꼬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 교사를 대신해 "남자는 왜 치마 입으면 안돼?", "남녀 상관없이 개성인거지" 등 반박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교사는 "페미니즘에 대해 이렇다고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제가 아이들이 만나는 마지막 페미니스트 교사라는 생각으로 교육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의 독특한 교육방식에서 대해 불편한 시선도 따르지만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동료들도 있어 힘을 얻는다. 특히, 학부모로부터 아이들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도록 해준 교육방식에 대해 감사하다고 건낸 인사가 그를 지지해준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님을 깨달으며 더 연구하고 알아가고 싶다는 그는 외롭지만 자신의 신념대로 당당하게 페미니스트의 길을 걸어갈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면서도 여전히 남성으로서 누리는 권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사회구조 안에서 남자로서의 권력을 내려놓지는 않았지만 그 권력에 대해 인식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이면 두툼한 치마를 즐겨 입고, 매일 정갈하게 머리를 묶으며, 월경에 대해 거리낌 없이 상세하게 알려주는 그가 기성세대들에게는 불편하고 괴짜같은 교사로 비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꽁지머리를 보며 주몽선생님이라 따르는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남녀 성역할에 억압받지 않고 부당하게 여겨지는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지 않을까?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수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등록연월일 : 2012년 04월 0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발행인 : 심형규  |  편집인 : 오원집  |  대표전화 : 033)744-7114  |  팩스 : 033)747-99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원민
Copyright © 2020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