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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지역 커뮤니티!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혹시 지역의 리더를 자처하는 이들에 의해 원주민들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원영오 연출가,극단 노뜰 대표l승인2019.08.12l수정2019.08.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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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스는 페루의 수도 리마 북쪽 아주 가난한 지역이다. 거주인구 45만여 명으로 리마 전체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1970년대부터 페루 중부 산간지대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수도 리마로 몰리면서 형성된 지역이다. 원래 이곳은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산이었다. 바닷가 연안의 몫 좋은 땅들은 대부분 상류층이 사는 반면 가난한 이들은 산위에 터를 잡아 매년 조금씩 집을 올리기 시작해 그들의 집은 평생 완공되지 않는 미완의 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산동네 마을에는 창문을 달지 못해 검은 비닐로 바람을 겨우 막은, 지붕은 이제 막 올려 겨우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극장 떼아뜨로 루나솔이 있다. 이 극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이는 '자네뜨' 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다. 그는 페루 국립연극원 연극과 교수로 이 산동네 '꼬마스'에서 나고 자랐고 살고 있다. 그의 할머니는 산간지대에서 살다가 돈을 벌기 위해 리마에 정착했고 산꼭대기에 터를 잡아 일가친척을 비롯한 고향 사람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리고 그들은 이웃에 함께 살며 새로운 동네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 작은 극장 떼아뜨로 루나솔은 주민들에 의해 시작된 자발적 커뮤니티 활동을 돕기 위해 꼬마스 시청에서 기증한 땅에 그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돈이 생길 때마다 벽돌을 한 장씩 올리고 있는, 여전히 건축 중인 곳이다. 자네뜨는 자신이 나고 자란 이 동네에서 아이들, 청년들, 이웃들에게 연극을 가르치고 만들어 작은 축제를 열고 있다. 그리고 이 가난한 산동네 곳곳이 축제 공간이 되어 지금은 주민 대다수와 여러 나라 예술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축제가 되었다.
 

 떼아뜨로 루나솔은 이제 겨우 옥상에 지붕을 올려 비바람을 피하는 정도의 공간이지만, 이 마을에 살게 된 가족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마을의 역사와 기록을 공연하는 의미 깊은 곳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극은 아이들에게 부모, 조부모의 정착과정 및 그들의 가족사와 이웃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은 그의 공연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부모세대들의 고난 했던 삶을 존경하게 된다. 이 공연의 관객들은 동네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며 스텝들은 형제 조카, 옆집 아주머니 들이다.
 

 어느 도시든 산동네는 가난한 이주민 중심의 슬럼이 형성되어 실업과 낮은 교육, 범죄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지역 아이들의 웃음은 밝고 이웃들은 당당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시민 네트워크를 스스로 조직할 만큼 삶의 태도는 확신에 차 있었다.
 

 배우이자 교육자이자 연출가인 자네뜨는 낮에는 국립 연극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연극 훈련에 매진하며 금,토,일요일은 동네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면서 함께 연극을 만든다. 그는 자신의 동네 꼬마스에서 직장인 국립연극원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버스로 오가며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집은 마을 극장이자 가족들의 거처이자 아이들의 놀이공간이다.
 

 몇 해 전 어느 젊은 문화기획자 그룹이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며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그들에게 물어 본 질문은 그룹 내에 그 지역이 고향이거나,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향후 그 지역에 살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도 아니면 혹시 가난한 동네에 대한 동정심으로 그 지역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려 하는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지속성은 누구의 몫인가?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혹시 지역의 리더를 자처하는 이들에 의해 원주민들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본다. 수도권 어느 외곽지역 개발되지 않은 마을에 젊은 활동가들이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들의 키워드는 아직 덜 개발된 지역을 위한 생태, 친환경, 보존, 마을 공동체 등이었는데, 정작 마을 주민 대다수는 70대 노인들로 일용직 노동자이거나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저소득층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생태와 친환경은 그들의 삶과 참 멀리 있을 뿐이다.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티 활동은 자신들의 일상과 궤를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원영오 연출가,극단 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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