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산 맥주가 퇴출되고 일본여행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손님이 북적되던  일본 의류매장은 사람구경하기 힘들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 사고, 안 먹고, 안 가겠다는 이른바 'boycott JAPAN' 운동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그야말로 'Made in Japan'은 이 땅에서 설자리가 좁아졌다.
 

 원주에서도 일본불매운동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단계동의 한 통닭집은 아예 일본맥주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매출의 30%를 포기한 사장의 결단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슈퍼마켓들도 일본 담배, 맥주 등을 퇴출시켰다 하니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원주투데이 기사를 읽으며 원주에 산다는 사실이 조금은 뿌듯했다.
 

 내가 이 기사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엔 한 주유소 사장님이 '일본차 기름 NO!, 세차 NO!'라는 현수막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제 강제 징용 생존자에게 일본 전범기업이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두고, 수출규제로 맞서는 일본 아베 정권의 행태를 국민들이 곰곰이 곱씹어 보자는 취지 같았다.
 

 그런데 이 뜻과는 달리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엔 이 주유소를 비난하는 댓글들로 도배됐다. 원색적인 힐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몇몇 일본차 온라인 동호회원들은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었다고 자랑 아닌 자랑까지 했다. 일본차 주유거부가 한국인 일본차주에게 피해로 다가오니 '지나치다'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심정이 이해가 안 갔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감정적 배설물을 댓글로 도배하는 모습에 조금은 얼굴을 붉힌 것도 사실이다.
 

 일본불매운동의 취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보기에 우리가 일본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단순히 일본이 미워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과오를 깨닫고 주변국에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지시키기 위해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재 일제강제 징용노동자는 국내에 단 한명 밖에 남지 않았다.

 성노예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받은 우리 할머니들도 21명만 생존해 있다. 이 분들이 엄연히 살아 있음에도 일본은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였으며, "일제 강제징용노동자에게는 적당한 보상을 지급했다"고 우기고 있다. 아베는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 36년을 합법적 통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일본을 마주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단결하여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는 일', '일본의 그릇된 주장에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인식시켜주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례가 일본불매운동이라 생각한다. 힘의 논리로 대한민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그들의 오만함을, 우리들이 나서서 바로잡아주는 일종의 참교육인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희생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 만난 포카리스웨트 대리점 직원은 일본불매운동으로 생계를 잃을까 노심초사했다. 그 어깨를 다독이면서 마음 한편엔 슬픔이, 다른 한편엔 이 또한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차를 구입하면서 도요타를 비난할 수 없고, 일본 맥주를 마시면서 미쓰비시를 힐난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이치이다. 어느새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일본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가 수십 년간 남몰래 흘려왔던 눈물의 의미를, 일본군 성노예로 살면서 겪었던 수치와 모욕을 그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켜줄 수 없을 것이다.

 작금의 일본불매운동은 일본이 먼저 단초를 제공했지만, 어쩌면 이웃나라로서 진작 시행했어야 할 도리였는지도 모른다. 우매한 일본 정치인들이 그릇된 길에서 벗어나 바른 길로 갈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이소라(가명·무실동)

이소라(가명.무실동)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