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펙토리 후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 왼쪽부터 강지만, 이재열, 윤기원, 김용석 작가.

실험적이면서 대안적인 시도…지역 미술계에 활력

2007년 부론면 노림리 작은 시골마을에 젊은 화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매너리즘에 빠진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 등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그들은 비어있던 폐교를 빌려 '노림스튜디오'라는 공동작업실을 만들고 미술이라는 동질감으로 하나가 되어갔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마을주민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을 살갑게 반겼다. 노림스튜디오에 정착한 젊은 작가들이 집집마다 벽화를 그리고, 지역 축제에서 주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가 하면, 어린이 미술대회와 다양한 미술 강좌를 열어 지역과 마을주민들에게 미술의 즐거움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명랑운동회' '옥션파티' '7080 파티'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 등 매년 오픈 스튜디오 성격의 다양한 행사를 열고 주민들과의 교감의 폭을 넓혀갔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흐른 뒤 예기치 못한 난관이 찾아왔다. 공동작업실로 사용하던 폐교의 계약연장에 실패하면서 정들었던 노림스튜디오를 비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터전을 잃은 작가들은 하나 둘 또 다른 창작공간을 찾아 떠나갔다. 결국 9명까지 모였던 작가들 중 절반도 되지 않는 4명만이 남게 됐다.

남은 이들은 원주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다 2015년 우여곡절 끝에 인근 후용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먼저 후용리에 터를 잡은 극단 노뜰 원영오 대표로부터 작가들이 처한 상황을 전해들은 지역 주민들이 작가들이 계속 열정을 불사를 수 있도록 마을창고를 저렴하게 내주었기 때문이다. 젊은 화가 집단 '아트팩토리 후(대표: 윤기원)'의 출발점이다.

'후용리 마을창고'로 활동 무대를 옮긴 작가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을창고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였다. 기득권이나 권위에 휘둘리지 않는 살아 숨 쉬는 미술관, 누구나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래서 누구든 원대하건 소박하건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일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추진한 시골마을 미술관 만들기는 지역 주민과 동료 예술가들이 적극 동참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단순히 전시를 하고 관람하는 공간이 아닌 예술가와 지역민이 언제든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예술적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작가들의 구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응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을 연 '후 미술관'은 지금은 후용리의 자랑이다. "수도권도 아닌, 지방 작은 시골마을에 무슨 미술관이냐"고 손가락질하며 비웃던 이들도 지금은 누구보다 아끼고 즐겨 찾는 공간으로 후 미술관을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이재열(49) 작가를 비롯해 다양한 색채와 간결한 선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윤기원(45) 작가, 한국화를 베이스로 동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그림을 그리는 강지만(44) 작가,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사람의 육체와 눈을 그려내는 김용석(40) 작가까지 아트펙토리 후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후용리에 정착한 지도 벌써 5년째. 아트펙토리 후는 작가 개개인의 창작활동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장르와의 협업과 파격적인 실험으로 지역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부터 격년마다 개최하고 있는 '후용아트폐허'다. 기존 아트페어가 가진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지역에 방치된 빈 집과 창고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폐허 속에 전시된 작품 그 자체가 지닌 가치에 집중하게 하고, 그 가치를 통해 버려진 공간을 문화로 재생시키고자 하는 실험적이면서 대안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빈집공연'과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의 '융복합프로젝트', 원주에서 받은 시각적 영감을 지역과 공유하기 위해 최근 공개한 기획전까지. 이들의 새로움을 향한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위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미술에 대한 열정과 꿈을 위해 과감히 풍요로운 도시의 삶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이 천천히 흐르는 이 작은 마을에 자리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아트펙토리 후가 여느 미술단체와는 남다르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기원 대표는 "1년 정도를 예상하고 내려 온 원주에 이렇게 오래 머물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도 놀랍다"면서 "어느새 제2의 고향이 된 원주 미술시장 발전을 위해 디딤돌 하나를 놓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