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기관차라 불린 체코의 전설적 마라토너 에밀 자토펙은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라고 했다. 달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임탁규(59) 원주철인3종 클럽 고문에게 달리기는 운명이다.

 20여 년 전 취미로 시작한 마라톤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5개월 연습한 뒤 조선일보 마라톤대회에 나가 풀코스를 완주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라 별도의 연습 시간이 없다보니 새벽6시에 일어나 봉화산을 가거나 무실동에서 소초면 직장까지 뛰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첫 대회 기록은 3시간 54분. 제법 기록이 잘 나왔다.
 

 이후 10년간 국내에서 개최하는 유명한 마라톤대회는 모두 참가했고 2005년 열린 금강산마라톤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라톤 최고 기록은 2시간46분47초이다. 마라톤에 재미를 붙이자 철인3종 경기에 관심이 생겨 2003년 원주철인3종 클럽에 가입했다.

 철인3종 경기를 하려면 마라톤뿐만 아니라 자전거, 수영까지 섭렵해야 해 부담스러웠지만 '배우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웨스포센터 수영장에서 1년 정도 수영을 연습하고 자전거도 틈나는 대로 탔다. 재밌었다. 동호회원들과 함께하니 몰랐던 것도 배우게 되고 서로 격려하며 파이팅 하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철인3종경기로 첫 대회를 출전했던 추억은 잊을 수 없다. 통영 한산도에서 열린 하프 코스였는데 수영 2km, 사이클 90km, 마라톤 90km를 3시간17분58초에 완주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조차 없이 최선을 다했다. 철인3종 경기를 하고 나면 마라톤과는 다른 쾌감이 있었다. 매순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도전하고 이뤄내는 성취감이 또 다른 대회를 신청하는 동기부여가 됐다.

 실력과 성실함에서 이미 유명한 임 고문이지만 처음부터 모든 운동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마라톤과 자전거는 비교적 쉬웠는데 수영은 달랐다. 물에서 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많고 수영장에서 하는 것과 달리 호수나 바다 수영은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실제 경기 중 수영 코스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철인3종 경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수영이었다. 경기 당일 수온이 높을 경우 안전을 위해 슈트 착용을 못하게 하는데 2007년 제주도 중문에서 열린 대회가 그 날이었다. 양쪽 겨드랑이가 운동복에 스쳐 상처가 났는데 바닷물이라 더 쓰라렸다. 임 고문은 "너무 아팠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어렵게 완주해서 그런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며 추억했다.
 

 임 고문의 실력은 이미 도내에서는 유명하다. 올림픽 코스와 아이언맨 코스 완주 기록만 해도 최고자다.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를 하는 올림픽 코스는 6회 완주했고  수영 3.8㎞, 사이클 180.2㎞, 달리기 42㎞의 아이언맨 풀코스는 23회나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2011년 제주도 아이언맨 대회로 11시간22분6초다.
 

 사람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운동을 오랫동안 해 오고 있는 임 고문이지만 운동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평소 운동을 좋아했지만 두각을 나타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그러다 군대에서 선착순 달리기를 할 때 항상 순위권에 들면서 '내가 운동을 못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철인3종은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운동이다. 주1회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문막 반계저수지에서 수영을 연습한다. 동호회원들과 춘천을 가거나 원주 외곽지역을 자전거를 타고 도는 것도 이제 일상이다. 후배들이 들어올 때 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가르쳐줬다.

 자신도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동호회원들끼리는 동료 이상의 끈끈한 우애가 있다. 30여명의 동회회원들 간 팀워크 만큼은 전국 최강이라고 자신했다. 다음 카페(cafe.daum.net/wjironman)에 회원들이 개인 훈련 일지를 올리는데 꼼꼼하게 체크해 주는 것도 임 고문의 역할이다. 이제 곧 60이 되는 임 고문이지만 누가 봐도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혈색과 피부를 갖고 있다. 거기에 건강한 미소까지 임 고문의 매력이다.
 

 철인3종을 하고 싶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했다.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만 있다면 한 발만 내딛으면 된다. 그 내딛는 한 발이 목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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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