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이미 1982년부터 의병을 기리는 날을 정하고자 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2010년 5월에야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국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민의 의병운동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할 애국 애족의 정신이다.
 

 사실 원주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기념행사를 우리 고장에서부터 솔선수범해서 해볼 만한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매년 3.1절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광복회 주관 민긍호 순국 기념 묘제나 현충일인 6월 6일 원주 지역 고등학교 역사동아리의 민긍호 추모 행사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원주 지역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을미의병을 비롯하여 을사, 정미 등 3차례 의병이 일어난 곳이다. 세 차례 봉기가 일어난 지역으로 전국에서 유일할 뿐만 아니라 의병운동의 연합과 전략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1896년 1월 원주 안창에서 의병이 일어나 제천, 충주 등 유인석 호서 의병으로 확대되었고, 1905년 을사의병이 일어나기도 전인 그해 8월 먼저 일어나 의병운동의 연합 전략을 펼치려고 했던 원용팔 의병운동, 1907년 8월 군대해산에 맞서 민긍호 원주진위대와 시민에 의한 원주 의병 봉기에 이어 이인영 의병대장과의 연합부대 형성, 그리고 이듬해 13도 창의군과 서울진공작전 등이 이어졌다. 한국 독립운동을 처음으로 열었던 의병전쟁의 시작과 확대과정을 해명하는 연구에서는 '원주의병'을 빼놓고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북한에서 발행된 반일의병운동 개설서에서조차 원주의병이 강원·경기도를 휩쓴 전국을 대표하는 의병으로 소개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원주에는 의병사를 총체적으로 보여줄 만한 기념관이나 변변한 연구소를 찾아볼 수 없다.
 

 1990년대 후반 원주독립운동과 관련된 학술토론회에서는 항상 수백 명의 청중으로 가득 찼을 뿐만 아니라 회의장에서 열띤 질문과 토론을 진행되는 광경을 목격하곤 했다. 2005년 원주 독립운동 역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원주독립운동사>와 2007년 <정미의병 100주년 기념 논문집>을 발간한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원주에서 의병운동과 독립운동에 학생·시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학술행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원주시민들에게 역사와 문화 자산과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는 강원감영 복원사업이 다행히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해명할 것이 많이 남아있는 원주 독립운동사 계승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앞으로도 원주 독립운동 기념사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면, 원주 시민의 애향심을 북돋우기는커녕 자긍심 실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제 의병운동을 독립운동의 뿌리로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3.1정신이 일제의 억압에 맞서 민족의 독립과 자유, 그리고 시민적 권리의 쟁취를 외쳤듯이, 의병을 통해 원주의 자주 독립 정신과 민주화의 불굴 의지로 연결되는 운동으로 기억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강원도내 독립운동사연구소 설립 움직임이 주목된다. 더불어 원주의 시민의식과 민주화의 공감대를 확산시킬 '원주 민주화 자료관'의 설립도 제기하고 싶다.
 

 앞으로 원주의병운동을 기념하는 일은 과거 독립운동의 흔적으로만 기념되기 보다는 원주시민의 공동체적인 가치와 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으로 재조명되길 바란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