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천사지 석탑과 공양보살상의 복원과 의의’를 주제로 지난 24일 원주역사박물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원주 법천사지 학술 심포지엄.

사적 지정범위 걸맞는 마스터플랜 필요
고려 전기 불교 유적 희소성 가치 높아

지난 2007년 원공국사승묘탑 재현품 제막식에 참석한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은 "법천사지와 거돈사지가 있는 원주와 고달사, 영릉, 신륵사가 있는 여주를 잇는 남한강변은 한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남한강변을 따라 원주와 여주에 산재한 문화자원을 연계한 문화관광코스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유 전 문화재청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남한강 유적을 자신의 저서인 '나의문화유산답사기' 4권에 소개하는 한편, "문화재청장으로서 관리와 보존에 더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었다.  

▲ 법천사지 중심사역 전경.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지난 24일 원주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원주 법천사지 학술 심포지엄'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받았다. '원주 법천사지 발굴조사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강원고고문화연구원 황정욱 연구원은 "법천사와 관련된 주변유적들과 연계를 통한다면 살아있는 역사의 장이자 관광자원으로써 법천사가 갖고 있는 가치가 배가될 것"이라며 "주변 유적들과 연계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 정비와 관련, 자치단체의 가장 큰 평가기준은 "정비 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언급한 황 연구원은 거돈사지와 고달사지 등을 예로 들며 "이미 정비가 완료된 유적들이 답사자들을 위한 단순한 답사코스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그 자리에 천년을 넘게 지낸 법천사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도 많지만 그 이야기들은 법천사 혼자 하기는 힘들다"면서 "법천사에 묵어가던 식객들을 맞이했다는 도시랑이 마을부터 법천사에 소요되는 장을 담갔다는 장뜰, 김취려 장군이 거란을 물리친 맥곡(불근덕 고개), 지광국사의 장례비용을 제공할 정도로 관계가 깊었던 흥원창, 선종계 대찰로 비슷한 시기에 이웃했던 거돈사와의 미묘한 경쟁관계, 그리고 법천사와 거돈사 사이의 지름길인 지르너미 고개까지 함께하면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연구원은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남한강변에 위치한 충주, 여주의 청룡사, 고달사, 신륵사와 그 주변 조창들과 나루터들까지 함께하여 남한강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면서 "법천사와 관련된 주변유적들과 연계한다면 살아있는 역사의 장이자 관광자원으로써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 2015년 제10차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석조공양보살상.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법천사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조사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황 연구원은 "법천사지는 2005년 강원도기념물에서 국가사적으로 승격되면서 지정 면적이 6만1천876㎡에서 14만2천122㎡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에 합당한 조사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며 "조속히 사적지정범위에 대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법천사지 출토 삼층석탑 부재를 통한 복원과 미술사적 의의'를 발표한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전민숙 학예연구사는 "법천사지는 강원도 지역의 고려시대 1금당 쌍탑의 가람배치와 쌍탑과 공양자상의 연관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찰 가운데 하나"라고 했으며, '법천사지 석조공양보살상의 복원과 의미'를 발표한 정성권 단국대 교수도 "법천사지에서 출토된 석조공양보살상은 고려 전기 불교미술의 흐름을 밝히는 중요한 작품이며 그 희소성 역시 매우 높다"면서 복원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한편 사적 제466호로 지정된 원주 법천사지 내에는 국보 제59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와 당간지주를 포함해 수많은 석조 문화재가 남아있다. 특히 지난 2015년 10차 발굴조사 결과 확인된 금당지 앞 쌍탑과 탑전 석조공양보살상의 배치는 원주에서는 첫 사례이고, 국내에서도 보기 드믄 사례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원주역사박물관은 이번 학술 연구를 토대로 2기의 석탑과 석조공양보살상 등을 복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