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16일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19년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역명사 위촉식이 있었다. 올해 새롭게 선정된 6인의 지역명사와 2015년부터 선정되어 있던 14인을 포함, 20명에게 위촉장이 전달됐다.
 

 필자도 새롭게 선발된 지역명사 6인에 선발되어 위촉식에 참석했다. 인사말 순서에서 "이 자리에 서니 '미쳐야 미친다'는 책 제목이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이 말의 뜻도 모르고, 책을 사서 읽게 되었는데, 나중에 내용이 조선시대 우리나라에서 한 분야에 심취되어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30여 년 동안 고판화에 미쳐 살아온 나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커피에 미쳐 일생을 살아온 명인을 비롯하여, 이곳에 모인 모든 분들이 한 분야에 미쳐 살아온 명인들이십니다. 이러한 자리에 초청되어 너무 영광이며, 저에게는 또 다른 명인의 세계와의 소통이며, 큰 위안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미력하나마 고판화에 미쳐 살아온 30여 년의 이야기가 문화관광 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소감을 말하였다.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은 지역의 역사와 삶을 함께 한 명사들을 스토리텔러로 발굴, 생생한 '인생담 체험프로그램'과 지역 고유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고품격 휴먼웨어 관광콘텐츠로 육성하고자 201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여,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문화 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는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나 콘텐츠를 중심으로 관광을 활성화 하였다면, 이제는 지역의 문화와 삶을 함께한 명사들을 문화여행을 이끌어가는 이야기꾼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살아온 문화여정을 바탕으로 이를 실제 상황으로 보여주는 인생체험프로그램으로 몇 백 년 내려온 종가집의 종부의 삶을 보여주거나, 4대 째 내려오는 명주 길쌈장인이나, 우리나라 최초의 바리스타 명인의 거피 체험과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새롭게 선정된 지역명사는 필자(국내 유일 고판화 박물관 이야기)를 비롯해 충북 보은 김영조 낙화장(불에서 피어나는 전통예술), 경북 고령 김동환(가야금 제작의 명장), 울산 울주 허진규(외길인생 옹기장인의 40년 옹기이야기), 전북 고창 유춘봉(흙과 불, 영혼 실은 도자여행), 전북 남원 박강용(옻칠하는 장인의 신비한 옻 이야기) 등 6명이다.
 

 대부분 인간문화재 등 장인을 중심으로 선정되었으나, 필자는 박물관장이면서 이름을 올려 이채롭다. 30여 년 동안 동 아시아 고판화 6천여 점을 수집했으며 2003년에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을 설립하여, 다양한 고판화 전시와 박물관교육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면서 지역 문화관광 발전에 기여한 점이 인정되어 선정되었다.
 

 특히 고판화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로 한양대에서 우리나라 1호로 박물관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고판화와 박물관교육의 융합을 통해 '인쇄문화의 꽃-고판화' 문화여행 프로그램을 개발, 2010년에는 서울시교육청 현장체험학습기관으로, 2011년에는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되었으며, 2012년부터 8년 연속 문화재청 생생 문화재사업과 2013년 문체부 길 위의 인문학 사업 등을 7년 연속으로 선정되는 등 탄탄한 문화체험기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이 지난해 지역경제 활성화을 위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전국 투어 중 원주 방문에서는 고판화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필자는 이번 지역명사 선정을 계기로 고판화에 미쳐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이 이룩해낸 국내 유일의 고판화박물관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통해 여행객들과 시민들에게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고인쇄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한 분야에 미쳐 지속적으로 활동하면 낙수 물이 바위 돌을 뚫을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어 삶속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는 희망여행, 힐링여행, 문화여행의 길잡이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 볼 생각이다.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