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에 개봉했던 대만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Secret>를 다시 보게 됐다. 예쁘고 가녀린 여주인공(샤오위)의 모습과 남주인공(샹륜)의 쇼팽 피아노배틀 명장면만 기억속에 남아있었는데, 정작 스토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은 샤오위가 앓고 있었던 천식이었다.

 샤오위가 천식 때문에 힘들어 하자 상륜은 아버지에게 천식에 어떤 음식이 좋은지 물어 보는데 그에게 돌아온 답은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 맙소사, 상륜은 사과를 한아름 안고 학교에서 샤오위를 기다린다. 또한 샤오위의 어머니가 사과를 비닐봉지에 한가득 사가지고 오다가 문앞에서 쏟는 장면도 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사과가 천식에 좋은 음식인가? 한국 천식 진료 가이드라인(2015)에 따르면 천식이란 시간에 따라 다양한 정도로 변화하는 호흡곤란, 천명, 가슴답답함, 기침과 같은 증상이 가역적인 호기 기류제한과 함께 나타나는 대표적인 알레르기질환이다. 천식 유발인자는 알레르기 유발물질(꽃가루, 진드기, 음식 등) 등이며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따라서 천식은 약물사용이 불가피하며 환경 또한 바꿔주어야 좋다. 샤오위는 호흡곤란을 겪으며 늘상 가지고 다니던 'L'자 모양의 에보할러를 집에 놔두고 오는 바람에 책상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몇 년 전, 내가 근무했던 약국의 건너편 약사가 하루아침에 사망했다. 샤오위처럼 집에 에보할러를 두고 외출했다가 숨이 가빠져 집으로 오던 도중 현관문 앞에서 숨을 거뒀다.
 

 천식 치료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천식조절을 위해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흡입 스테로이드제와 증상 완화를 위한 기관지 확장제이다. 에보할러는 기관지 확장제이며 천식환자들이 몸에서 절대 떼고 다니면 안되는 '생명유지장치'이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양치료학 측면에서 보면 임상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그래서 어떤 가이드라인에서 사과가 좋다라고 하지만 또다른 가이드라인에서는 오히려 천식을 유발한다고 본다. '알레르기'가 사람마다 다르게 유발되기 때문에 특정한 과일이 특정 질병에 특효가 될 수 없다.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 상륜의 아버지의 명대사는 사과가 그만큼 '여러모로' 좋다는 것으로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