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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강이 어드메뇨, 치악은 여기로다

저는 오늘 원주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그것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이 진정한 원주시민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인증심사관l승인2019.05.07l수정2019.05.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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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개봉한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의 영화 '불편한 진실'은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 등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들에 주목하는 다큐멘타리 필름입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이며 부통령을 역임한 엘고어가 주연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탄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엘고어는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며 '불편한 진실'은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다큐멘타리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불편한 진실이란 환경오염, 종교갈등, 인종차별 등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불편한 주제를 말합니다. 저는 오늘 원주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혁신도시 이주 공공기관 직원들이 과연 진정한 원주시민인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2013년부터 원주 이전을 시작한 13개 공공기관은 2016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끝으로 이전을 완료하였습니다.
 

 그러나 매주 금요일 저녁6시가 넘으면 수십대의 대형버스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을 태우고 서울로 떠납니다. 떠나는 직원들은 가족을 만나, 주말을 보낼 생각에 즐겁겠지만 이 차량들을 바라보는 원주시민들의 마음은 불편합니다. 혁신도시 상가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는 개점휴업상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제품(음식) 가격도 비싸고 임대료도 높아 업소의 손바뀜도 잦고  공실률도 높은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주말 혁신도시는 유령도시라는 거친 표현도 있습니다. 전체 직원 중 가족동반 이전 비율이 20∼30%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주말 통근버스를 폐지하라는 움직임도 있다고 합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의 항변도 있습니다. 우리가 원해서 왔느냐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가의 큰 정책에 따라 옮겨온 것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강제이주라는 말도 합니다. 지방에서 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에 어렵게 취업하고 결혼하여 서울에서 터 잡았다가, 몇 년만에 원주로 온 어느 여직원의 항변은 상징적입니다. "내가 어떻게 올라온 서울인데, 고향도 아닌 원주로 보내느냐" 라고 외칩니다.
 

 원주시에서는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하여 대중교통 노선 확대, 도서관 신설, 생활 편의시설 확충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재작년 원주투데이가 개설했던 '원주학교'나 작년에 발간한 원주일상여행안내서 '원주, 오늘 어디 갈까?' 등은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전기관 임직원들은 원주가 낯설고 원주시민들은 혁신도시가 낯설기만 합니다.
 

 제가 원주에서 만난 여러 사람 중 두분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한 분은 혁신도시 문제를 좀 긴 호흡으로 바라보자고 하셨습니다. 나무를 심어도 잎이 무성해지고 열매를 맺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나무를 심자마자 열매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는 겁니다.

 또 한 분은 원주사랑걷기대회에서 만난 분인데 충남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직장 때문에 원주로 와 자녀를 낳고 20년이상 살다보니 지금은 사실상 원주가 고향이 되었습니다. 필자는 이 두 분이 혁신도시 문제의 해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원주관광 발전을 위한 제언이나 마케팅에 대해 말해 왔지만 오늘은 전혀 다른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평소 하지 않던 말이나 행동을 하면 통상 세상 떠날 때가 됐느냐는 농담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원주를 떠납니다. 박경리선생은 생전에 외지에 나갔다가 원주로 돌아와 서원대로에 들어서면 마치 고향에 온 듯 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짧은 원주생활이라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원주는 제 삶의 한 조각으로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1580년 1월 강원도 관찰사에 제수되어 원주에 부임한 송강 정철이 섬강 나루터에서 그 절경에 감탄하여 읊은 시조 한구절을 인용하면서 원주생활을 마무리 합니다. "한수를 돌아드니, 섬강이 어드메뇨 치악은 여기로다."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인증심사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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