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원주노숙인센터를 시작하고 노숙인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왜 노숙, 빈곤이 반복되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센터에서 살다가 몸도 추스르고 작은 돈을 모아서 나가면 몇 달, 몇 년 지나서 다시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건축현장에서 일을 하던지, 고물이나 박스를 줍던지, 아니면 동냥을 하던지 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을 하루 몇 만원씩 하는 여인숙에 묵으면서 술을 먹고 다 써버립니다. 다시 노숙생활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월세 10만원이나 20만원이면 부엌도 있고 혼자 살 수 있는 작은 방을 얻을 수 있는데 왜 못 할까 의아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유가 있었죠. 돈이 있어도 은행에 저금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더욱이 급하게 작은 돈이라도 필요할 때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죠. 어려서부터 고아로 커왔거나 가출한 지가 오래되어 주민등록증이 상실 되거나, 무학자라서 글을 모르거나, 신용불량자 등등의 이유로 은행 이용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에게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이 일상이 되어있는 것이지요. 센터에서 통장을 만들어 이들에게 버는 돈의 일부를 저축하도록 했습니다. 작은 돈들이 모여서 월세보증금 50만원, 100만 원 정도가 모이면 나가서 방을 얻어 살게 하였습니다. 안정된 주거가 생기면 돈도 모이게 되고 희망이 생겨서 술도 끊게 됩니다. 최상의 단주교육인 것이지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분들의 작은 은행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숙인센터의 통장관리가 갈거리협동조합으로 확장, 체계화하였고 몇 년 전에는 더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강원도 최초로 원주생활자립지원센터를 개소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는 빈곤의 늪에서 고생하는 주민들에게 가계재무 및 채무상담을 통하여 빈곤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을 합니다.

 가계부도 작성하게 하고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같은 재무제표를 만들어 재무상태를 알아봅니다. 더불어 생활경제교육, 협동조합교육도 하지요. 지금까지의 소액대출사업에서 대출받게 된 상황을 파악하고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상담하여 협동조합의 사업영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다양한 사회복지자원을 연결시켜줍니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빈곤의 늪에서 고생하는 주민의 생활자립을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 사후관리는 전혀 이루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수급비 받는 날 며칠 뒤에는 그 돈을 다 써버리고 어려운 생활이 반복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자립하여 탈퇴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수급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일종의 복지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는 분들이 정기적으로 가계재무교육과 상담 같은 사후관리를 받도록 의무화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아무쪼록 새로운 복지형태인 원주생활자립지원센터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지만 든든한 기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곽병은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