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다. 외롭고 힘든 사람들끼리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것이 또 다른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7년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토요일 어르신 100여명의 점심을 차리고 있는 김만수(58) 개운동 나누리 참숯불갈비 대표. 김 대표 삶의 철학 중 하나는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한다'이다.
 

 김 대표가 누군가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된 것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식당을 하면서부터다. 김 대표 나이 불혹이 됐을 때 이런저런 생각 끝에 사표를 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돼지갈비집을 시작했지만 식당은 녹록치 않았다.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고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났다. 건설 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하반신 마비로 오래 누워계셨다. 때문에 어머니는 생계가 어려워 늘 허덕이셨다. 그렇게 힘들게 사시던 두 분이 다 돌아가시고 서른이 되던 해 김 대표는 세상에 홀로 섰다. 부모님께 못한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방석이라는 고깃집을 할 때 월 1회 단구동 경로당 어르신들을 모셔서 돼지갈비를 드렸다. 봉고차를 운전해 경로당에 가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고, 식사를 마치면 모셔다 드렸다. 매월 경로당을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식사를 챙겨드렸는데 고기를 맛있게 드시고 돌아가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행복했다.

 가시는 길에는 집에서 드실 수 있는 빵, 과자, 음료수를 비닐봉지에 넣어 드렸다. 그러다 2012년 개운동으로 가게를 이전하면서 김 대표는 주 1회 어르신을 모시기로 했다. 동사무소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모실 수 있는 어르신들을 초대했다. 처음에는 13명이었는데 지금은 100여명이 오신다.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지역 가수 공연이나 웃음치료 등을 하고 있다. 재능기부로 찾아와 주는 사람이 있어 가능했다.
 

 토요일마다 식사 대접을 하다 보니 김 대표가 가장 바쁜 날은 금요일이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다음날 음식 준비를 위해 장을 봐야하고 간식거리도 챙겨야 한다. 음식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치면 저녁에 원주의료원 공공의료팀장인 아내 조명숙 씨(58)가 와서 요리를 한다.

 하루 종일 원주의료원에서 일하고 다시 식당에 와서 새벽2시나 돼야 집에서 쉴 수 있는 일정이지만 조 씨는 한 번도 봉사에 대한 불만을 말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만들기도 조 씨의 몫이다. 연초부터 매일 한두 송이씩 종이접기로 카네이션을 만들어 500개가 되면 어버이날 행사에 초대된 모든 어르신 가슴에 꽃을 달아드린다. 올해도 따뚜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인 어버이날 행사를 위해 1월부터 매일 밤 꽃을 접고 있다.
 

 "식사는 12시부터지만 어르신들이 아침7시면 식당에 오시기 때문에 6시엔 가게에 나와 있어야 한다. 이제는 경제적 어려움보다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어르신이 더 많은 것 같다. 이야기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신다"고 말하는 김 대표. 짬나는 대로 다른 봉사도 잊지 않는다. 원주종합사회복지관과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 원주푸드에서 매주 도시락 배달과 물품 나르는 봉사를 하고 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후 부부가 단 둘이 여행을 한 적이 없다는 김 대표. 아픈 적도 없다. 너무 피곤해서 내일 아침 못 일어날 것 같은데 거짓말처럼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식당 문을 열기 위해 집을 나선다. 봉사를 하며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3년 전 처남이 세상을 떠났는데 식사를 기다리시는 어른들을 생각하니 장례식장에 있을 수 없었다.

 아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가게에 나와 식사 준비를 했다. "가족 모두 우리가 봉사하는 것을 아니 다녀오라고 이야기 해줬다. 처남 몫까지 더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 대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고, 잘 수 있는 집이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김 대표는 "처음부터 내 것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나눔의 기쁨을 얻는 것만으로 항상 행복하단다. 그의 미소가 아름답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