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쌀이나 감자, 옥수수 등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공장 지대가 아닙니다. 자동차를 생산하고 반도체를 만들어 이윤 창출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만을 이루기 위한 공장이 아닙니다. 산업단지와 같은 공장 지대에선 맑은 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청정 공기를 마실 수 없습니다. 자동차가 없어도, 핸드폰이 없어도 불편은 하겠지만 생사를 가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없이는 사람은 살지 못합니다.

 맑은 물과 청정 공기를 마시지 못하면 우리는 건강하게 살지 못합니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대한민국 사회가 온통 야단입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이 실제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방독면 같은 마스크를 써야만 안전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한민국은 미세먼지에 뒤덮여 버렸습니다. 각 공간마다 공기 청정기를 설치해야만 하는 처지에 처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 가계비용이 지출되고 있습니까? 비용지출은 둘째치고 숨을 쉬며 물을 마시고 사는 것 자체가 안전하지 않은 지경에 처했습니다. 어찌, 이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UN 세계식량기구는 이미 오래 전에 농업에는 다섯 가지의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규정 하였습니다. 농업은 환경적 기능, 문화적 기능, 경제적 기능, 식량안보 기능,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농민은 바로 이런 다섯 가지의 공익적 기능을 생산하기에 이들에게 마땅히 사회적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하였고, 유럽에서는 농민수당이라는 명목으로 보상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농민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우리 농업의 처지는 어떻습니까. 농민은 누구나가 다 이야기 합니다. '농업은 이미 망했다' '농업은 이미 붕괴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 말은 과장되거나 엄살이 아닙니다. 여러 공공기관에서 발표된 자료가 경고하고 있고, 농민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3.4%입니다. 밀의 자급률은 0.9%입니다.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식량 공격으로 대한민국은 거대 식량 자본에 강점당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20년 새에 여의도 2천 배에 해당하는 농토가 사라지고, 40대 이하의 농부가 농업 인구의 4%에 불구하며, 전국 대부분의 농촌지역이 자연 소멸률 0에 근접해 있다는 이런 수치의 이면에는 곧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농민수당의 도입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며, 이를 계기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식하는 일대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강 건너 이웃 여주지역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원주지역 농민에게도 이런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