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못 건지고 쫓겨날 수 있어"

최근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원 간 의견 충돌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사업비는 조합원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 관내 재개발·재건축사업 조합원 상당수가 영세 서민이어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8일 A지구 재개발정비사업의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취소됐다. 재개발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10% 이상 증가하는 경우,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과반수만 동의했기 때문. 이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 B 씨는 강원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소를 제기해 결국 승소했다.

이에 A지구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원주시에 제출한 사업시행계획을 취하하고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이 접수돼도 기존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절차상 하자를 고친 것이지만 조합원 부담분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B지구 재건축사업조합은 시공사를 변경할 계획이다. 시공단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새로운 시공사를 물색하고 있다. 기존 시공사에는 계약해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 시공사가 조합 측에 제공한 사업 대여금은 물론 그간 지출한 사업비에 대해서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어 조합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조합 총회 한 번 하는데 100만~200만 원도 아니고 수천만 원이 소요된다"며 "잦은 사업 변경에 따른 비용증가로 한 푼도 못 건지고 쫓겨나는 일이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에선 8개 지구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개발·재건축 관리처분 시 이 토지는 조합원 몫으로 인정돼 최종 분양대금에서 감면된다. 그런데 추가 사업비가 지나치게 증가할 경우 이 모두를 조합원이 책임져야 해 고스란히 피해로 남게 된다. 

원주 C지구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돈 한 푼 못 건지고 쫓겨나는 사례가 언론에서 종종 보도된다"며 "관리·처분 시 조합원들이 받게 될 몫은 얼마인지, 지금까지 조합원 개인이 부담한 사업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내 재개발·재건축 사업 관계자들은 투명한 조합 운영과 조합원과의 원활한 소통만이 사업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