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복지관에서는 지역주민 욕구 조사 결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지역주민 욕구조사 연구보고 및 토론회'를 가졌다. 원인동을 중심으로 한 기관 차원의 소박한 조사연구였지만 유관기관 및 원주시에 종사하는 사회복지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현장 실천가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지역주민들의 열정으로 진행된 토론회였다.이번 정부에서는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 의료, 돌봄, 요양 서비스 연계 제공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가 이슈다.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사회의 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돌봄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노인들을 만나보면 두 가지를 고민한다. 하나는 '내가 아파 쓰러지거나 사망 시 발견되지 못할 것'과 '임종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맞게 되는 것'이다. 노인들은 내가 살던 집에서 내가 관계 맺고 생활하던 마을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에 제도적 대응은 한계가 있고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 복지관에서는 비공식 지지체계(이웃, 친구, 가족 등)를 활용한 돌봄 공동체를 만들고자 '어울림커뮤니티'사업을 계획하게 되었다.
 

 원도심 지역은 핵가족화와 산업화로 단독가구가 많고 단독가구 중 노인 비율이 더 높다. 따라서 우리 마을의 어르신들 안부는 마을에서 확인하고 챙길 수 있는 관계망 형성이 절실하다. 지난겨울 동네 슈퍼를 중심으로 인사만 하고 지내는 이웃과 함께 밥상을 차리고 이웃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관계망을 활용해서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의논하고 챙길 이웃을 찾아보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이런 작은 단위의 모임을 하나씩 늘려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 불편하고 갈등이 있을지라도 함께하는 마을의 초석을 조심스레 놓았다.
 

 원도심 지역의 주택 노후상태 역시 심각하다. 형광등이 나가면 며칠씩 어둡게 지내야 하고 수도꼭지 고무가 닳아 물이 한 방울씩 떨어져도 난감하다. 수리기술이나 도구도 없고 기술자를 부르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그래서 마을에도 관리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다행히 우리의 뜻을 헤아려준 국민건강보험공단 도움으로 원인동에 '우리 동네 마을관리소'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마을관리소는 소소한 집 수리와 이웃의 안부 확인을 하며 주민들이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요즘 직원들과 사회복지정보원에서 출판한 『복지요결』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 책은 지역주민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강조한다. 누구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존중받으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사회, 약자도 살 만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 이번 사업을 준비하며 지역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로서 마음에 새겨야겠다. 우리가 하는 사회복지가 바른지? 최선인지? 당사자 중심인지? 끊임없이 물어야할 것이다.
 

 우리가 현장에서 이뤄야 하는 복지가 소박하고 잔잔한 일상이었으면 한다. 우리네 삶에 필요한 이웃은 아플 때 구급차를 불러줄 옆집 아줌마, 망가진 수도꼭지를 고쳐줄 동네 아저씨, 햇살 좋은 날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 나눌 이웃이면 족하지 않을까?

하태화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 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