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년의 세월이 흘렀다. 민간인 출신 시장에게 쏠리는 기대에 화답이라도 하듯 기존 8대 현안사업의 전면적 재검토를 선언했다. 행정의 연속성 요구는 꼭 지켜야만 하는 법이 아니라고 하면서 문막 후용리 일원 고속도로변에 수도권 화훼농가를 유치하여 국내 최대 규모의 '원주화훼특화단지'를 2013년도까지 조성함으로써 원주시를 꽃의 이미지로 변모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이 3선 화훼정치의 시발점이었다.

 시작부터 관내 대다수 언론과 방송이 시청에서 생산된 자료만 가지고 연속하여 보도할 때 필자는 문막 현지를 답사했던 수도권 일원의 화훼농가 및 법인들과의 심층적인 인터뷰와 객관적인 조사에 근거하여 이 사업의 성사여부를 아주 비관적으로 보았고 앞장서 비판해 왔다.
 

 시 재정이 투자되고 지난 9년 동안 최대 역점사업이라고 대외적으로 명명하면서 화훼사업의 본질을 변질시키면서까지 3선 시장연임 가도에 이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역정(逆情)들을 반성해 보자면 애당초 화훼단지 난방열을 기업도시 열병합발전소에서 공급하려 구상했던 원 시장과 사업자의 초심만큼은 다소 순수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싶다. 지난 9년간 싸워오면서의 사연 중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다. 그래서 필자는 '백서' 발간을 준비 중에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이다. 시장이 앞장서 연 관광객 300만 명 이상 유치를 호언했던 우량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사업성을 담보 받지 못한 채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구입한 사업부지 모두가 최근 경매처분 중이고 나머지 필요한 상당수의 부지는 아직까지 땅 한 평도 확보하지 못한 채 다수 시민들이 경악하고 있는 쓰레기열병합발전소를 허가받기 위해 아직도 올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사업환경은 시장과 사업자들이 결단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순간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한마디로 결자해지하면 될 일이라 아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지난 9년 동안 필자와 우리 범대위가 활동하면서 전 원주시민들과 더불어 공유하고 교훈으로 삼고 싶은 몇 가지를 남기고자 한다.
 

 첫째, 민간인 시장을 통해 더 고양될 것으로 기대했던 지방자치의 수준이 더 후퇴되었다는 점이다. 다수 시민과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눈높이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시장실에서 소수 사업자와 결정된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시장 스스로 주민을 기만하고 사업자가 용역회사 직원을 동원해 해당지역 주민들의 출입을 막고 외지에서 동원된 주민들로 채워진 주민설명회가 이루어져도 묵인하였다.

 SRF열병합발전소 건설은 원주시와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간부급 이상의 공무원들을 근무시간에 연수형식으로 답사시키고 시장이 직접 나서서 환경문제에 개입하고 무해한 것처럼 여러 차례 호도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시민의 대표자로서의 시장의 권위를 스스로 격하시켰다.
 

 둘째, 민의의 전당인 시의회의 권위를 추락시켰다. 시장은 화훼사업 3억 출자금 동의 과정에서 조건부로 의회 본회장에서 약속한 '친환경연료'의 '친환경연료의 범위'를 왜곡해서 강행하였고 해당지역 주민들이 아닌 비 정치단체를 가장한 '화사모'라는 단체가 화훼사업과 SRF열병합발전소 주민설명회에 나타나 무조건적인 사업내용 옹호와 다수의 반대주민들과 갈등을 앞장서 조장함으로써 민의를 크게 왜곡시킨 바도 여러 차례 있었다.
 

 셋째, 원주의 각종 사회·시민단체들의 본질이 훼손됐다. 특히, 대다수 시민들이 반대하는 SRF열병합발전소의 환경문제에 있어서 대부분 단체들은 원주시장과 같은 정파라는 이유로 침묵하거나 외면하였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정치적으로 반대한다고 유포하면서 환경을 정치화하는데 앞장섰다. 이 단체와 구성원들은 향후 환경문제에 있어서 공개적인 자기반성 없이는 신뢰받지 못할 것이다.
 

 넷째, 화훼단지 부지 매각이익과 SRF열병합발전소 환경피해가 예상되는 문막 대다수 주민들 간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 분열을 초래함으로써 향후 지역발전에 상당기간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원 시장이 실질적으로 일할 시간은 2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화훼사업의 시작은 시장실에서 홀로 결정했어도 마무리는 반드시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장부터 먼저 서둘러 마무리 작업에 나서길 촉구한다.

이준희 원주SRF발전소반대범대위 집행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