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사회적기업 낭만사를 이끌어 가는 청년들.

지역문화생태계 구축 새로운 청년놀이문화 창출 목표

▲ 지역 내 문화예술과 산업적 가치를 연계하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낭만섬. 새로운 청년놀이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공공기관이 들어서면서 고층 건물들로 채워진 혁신도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원주가 아닌 다른 세상 같다"고 한다. 시내와 동떨어진 이 곳을 하나의 '섬'처럼 인식하는 사람도 많다.

혁신도시에서도 조금은 한적한 위치에 자리 잡은 문화예술 공유 공간 '낭만섬'은 이런 혁신도시를 문화예술과 낭만으로 채워보자는 바람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여느 커피 전문점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외관처럼 평소에는 카페로 운영되지만 매주 다양한 공연이 이뤄지고 각종 전시와 모임이 열린다. 지역 내 문화예술과 산업적 가치를 연계하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낭만섬을 운영하는 (주)낭만사(대표: 박승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김이슬, 김지홍, 박승환, 추우희 씨 등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입학동기 4명이 모여 지난 2017년 설립했다. 좋은 직장을 찾아 서울 등 대도시로 향하는 또래 청년들과는 달리 "내가 좋아하고 익숙한 원주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들이다. 창업멤버인 김이슬 씨는 "친구들끼리 모여 원주에는 갈만한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럼 우리가 그런 '힙한 곳'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전했다. 

햇수로 3년에 불과하지만 4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 인원만큼이나 그동안 이들이 지역 내에서 벌인 일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람, 시간, 공간, 역사, 음식 등 지역자원을 수집하고 분석해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문화예술 현장에서 콘텐츠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며, 디자인 및 인쇄물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원주의 매력을 다양한 시각콘텐츠로 제작해 선보이는 '섬띵 인 원주'는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다. 원주 도심 등록문화재를 일러스트로 재해석한 '문畵재전'을 비롯해 치악산 복숭아를 주제로 한 '십이-월도(十二-月桃: 열두 개의 복숭아 이야기)'와 원주 대표 여성인물 3인을 조명한 '여(女)행가들', 원동 남산과 지역 주민들의 추억을 기록한 '커튼콜'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이웃집 예술가'라는 타이틀로 SNS공모를 통해 발굴한 청년작가 4인의 릴레이 전시를 기획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매달 1회 인디 뮤지션을 초청해 유료로 진행하는 '섬띵 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첫 공연을 4명의 관객 앞에서 시작한 '섬띵 라이브'는 어느새 11회째 이어지면서 이제는 공연 때마다 20~30명의 고정관객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소풍, 바캉스, 할로윈 등 계절별 특징이 담긴 콘텐츠를 제시하는 '낭만예보'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와 예술가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섬띵스토어' 등 새로운 청년놀이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도 쉬지 않고 있다.    

▲ 낭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내 다양한 문화소비구조를 만들어 청년 문화기획자와 예술가들이 생존할 수 있는 지역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재)원주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담 그림책 플리마켓'과 '원주생활문화 네트워크 파티', (재)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한 인생나눔교실 '인문학캠핑'과 '오일소풍' 등에서 기획과 현장운영, 홍보물을 제작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현장에서 디자인과 인쇄물 제작을 대행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낭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내 다양한 문화소비구조를 만들어 청년 문화기획자와 예술가들이 생존할 수 있는 지역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음악인이 생존을 위해 부업으로 시작한 음향일이 주업이 되고, 연극인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조명에 매달리는 지역의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당찬 바람이다.

박승환 대표는 "문화향유나 문화복지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무료공연이나 전시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문화소비를 위해 더 이상 지갑을 열지 않고, 지역에서 창작하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일거리를 찾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지역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원주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이들이 바람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매년 일거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대답이다. 또 다른 창업멤버인 김지홍 씨는 "서울 본가에 갈 때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는데 그 때마다 '잘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주변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히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두둑한 배짱과 젊음을 무기로 매력적인 도시 '원주'를 꿈꾸는 청년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들이 내 딛는 발걸음은 원주의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