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이 제법 포근해졌다. 따스한 봄풍경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사계절 중 봄맞이에 유독 적극적이다. 겨우내 추위를 견디고 피어나는 꽃을 보기 위해 전국 방방곳곳으로 꽃구경에 나선다. 남쪽지방의 동백꽃을 시작으로 산수유, 매화, 목련, 진달래 등이 봄소식을 알려온다. 이들 중 봄꽃의 여왕, 벚꽃이 개화를 앞두고 있다.

 원주 사람들은 흐드러진 벚꽃을 보기 위해 제천 청풍호나 강릉 경포호를 많이 찾는다. 하지만 축제기간 벚꽃을 보러 가는 길은 무척 고되다. 서울·경기권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꽃 구경 시간보다도 더 길기 때문이다.
그런 교통체증을 겪지 않고도 원주에서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숨은 명소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다. 바로 아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아간다는 관설동 세교마을 벚꽃길이다. 영서고에서 세교마을로 이어지는 섭재삼보길은 원주천을 끼고 수백 그루의 벚꽃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고즈넉한 마을 풍경 속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원주천을 따라 벚꽃잎을 맞으며 걷는 풍경은 셀카 하나 제대로 건지기 힘든 축제장과는 사뭇 다른 감상을 즐길 수 있다. 벚꽃길을 걸으며 민가 담벼락에 심은 봄꽃들을 구경하는 것은 세교마을 벚꽃길 만의 덤이다.

 벚꽃을 따라 걷는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아이들이나 어르신, 반려견 등 누구와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다. 조용히 벚꽃감상을 하고 싶어 매년 찾고 있지만 이 곳을 알고 찾아오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목가적인 풍경을 간직한 세교마을 벚꽃길을 모르고 옆동네로 힘겹게 꽃구경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명소이다.

 올해 원주의 벚꽃 개화 시기는 오는 5일 즈음 개화해 10일 전후 만개할 전망이라고 한다. 가족과 친구들, 사랑하는 이들과 조용하고 여유있는 벚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우리동네 숨겨진 벚꽃 명소를 찾는 건 어떨까. 단, 벚꽃길이 협소하기 때문에 차량을 주차한 후 도보로 걸어서 감상하자. 민가가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소음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감상하는 매너도 필요하다.